15분짜리 TED 강연을 하려면 얼마의 노력이 필요할까. 저자는 대중이 감동한 TED 명강연 50개를 선정해 그 강연이 탄생한 배경과 노하우, 발표 기술을 공개했다. 강연 대본을 2배속으로 암기하는 사람, 리허설을 수십 번 하는 사람, 애드립을 금지하는 사람 등 유형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명강연자 모두 공감한 한 가지가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댄 길버트는 대중 강연에서 '행복 합성'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더라도 3년이 지나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예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그가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는 것은 세 가지다.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풍경. 잘못된 판결로 37년간 옥살이한 사람이 그것을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모습. 비틀스에서 방출된 드러머 피트 베스트가 '비틀스 멤버였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광경. 우리도 이런 인생의 역설을 경험할 때가 있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선거의 당락, 사랑에 빠지거나 실연을 당하거나, 승진하거나 승진에 실패하거나, 대학 시험에 합격하거나 불합격하거나 등의 여부는 생각보다 파급 효과나 충격이 작았습니다. 이런 일이 영향을 미치는 기간도 짧았고요. 당황스러웠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예외는 있지만, 인생에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은 후 3년이 지나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행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인간의 마음에도 일종의 면역 체계가 있습니다. 주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인식 시스템인데,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꿔 자신의 상황을 좀 더 낫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행복이 다시 만들어진다는 이 개념은 과거의 맥락을 재해석하게 만드는 놀라운 현상이다. 문제는 '행복 합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단 15분이라면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연설 준비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윌슨 대통령의 대답은 이렇다.

"연설 시간이 10분이라면, 2주가 꼬박 걸립니다. 30분짜리 연설을 준비하려면 일주일이 걸리죠. 원하는 만큼 오래 말을 해도 된다면, 전혀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제나 준비된 상태예요."

'테드 토크'는 사람들이 가장 감동한 TED의 명강연 50건을 선정해, 그 강연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노하우, 발표 기술을 공개한 책이다. 책에는 행동경제학의 대가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부터 우리에겐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안타깝게도 앞으로 18분 안에 미국인 4명이 사망할 것입니다. 바로 음식 때문이죠!"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강연 기술이 망라되어 있다.

만약 강연을 준비해야 한다면 이 책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모든 연설에는 매핑(mapping)이 필요하다. … 전체 연설에서 어디까지 말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금세 길을 잃는다" 같은 문장이나 "영상이 아니라 연설자가 반드시 직접 연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충고 때문만은 아니다. 15분짜리 강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스케일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이 책은 강연자들의 노력에 관한 뒷이야기이다.

가령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자신의 15분짜리 강연 대본을 모두 암기한다. 내용을 암기했을 때 비로소 긴장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강연 내용을 암기하는 것을 군인들이 받는 전투 훈련에 비유한다. 테드의 스피킹 코치 지나 바넷은 대본을 반드시 2배속으로 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상태로도 편안하게 외울 수 있다면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 수잔 솔로몬은 리허설의 힘을 믿는다. 어맨다 파머는 애드리브에 강하지만 연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다. 특히 테드처럼 시간제한이 엄격한 무대에서는 말이다.

이쯤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서점, 잡지사, 도서관, 각종 단체 등에서 내게 종종 이런 메일을 보내온다. 가을에 읽었으면 좋을 책 세 권만 추천해 주세요. 2~3줄이면 충분합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짧은 얘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5~10분 정도면 되니까 가볍게 생각해주세요. '2줄, 5분, 간략하게'라는 말은 쉽다. 쉽게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고료나 강연료가 없는 부탁이다. 고백하면 나 역시 이런 청탁을 대부분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절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자주 실패한다). 가령 15장짜리 칼럼을 쓰는 것보다 3장짜리 칼럼을 쓰는 일이 내게는 매번 더 어렵게 느껴진다. 단편소설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장편소설 쓰기보다 쉬운 건 아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저자가 느끼는 당혹감일 것이다. 윌슨 대통령의 강연 시간에 대한 대답은 그러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분짜리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걸 상기해보면 그렇다.

최근 규모가 꽤 큰 강연을 맡았다. 2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뭔가 얘기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다. 두 달 전부터 강연 초고를 썼고, 제목을 정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헤어졌다고 말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우리!' 초고를 작성한 후, 15자 정도로 강연 주제를 정리했다. '헤어져야 만난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고쳐 썼다. '헤어지는 건 포기가 아닌 용기다.' 물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초의 생각은 어째서 이 시대의 이별이 이렇게 더 힘들어졌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는 이제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말이 시대착오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소셜미디어로 24시간 연결된 달라진 삶의 조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는 헤어진 연인을 언제든 '알 수도 있는 사람' 혹은 '친구의 친구'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결별을 모르는 친구들에 의해 거대한 대화방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헤어진 연인과 마주치는 참사를 당할 수도 있다. 헤어짐이 이토록 어려워진 건 단지 나 자신의 성격적 결함이나 의지박약 때문만은 아니란 뜻이다.

우리 시대에 입문식과 관련된 책은 얼마나 많은가. 연애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은 많다. 문제는 언제나 출문식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될 때 한층 더 깊어진다. 내가 그렇게 믿게 된 것은 내 책을 읽은 많은 독자와 청중의 반응 때문이기도 했다. 테드의 대표 크리스 앤더슨은 다양한 사람들과 강연을 만들며 느낀 가장 큰 교훈을 이렇게 정리한다. "미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 모두 함께 미래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강연에 대한 마법 같은 비밀의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함께!

테드 토크 - 크리스 앤더슨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