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재해 사고 소식은 잊을 만 하면 들려온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사건·사고 현장에서 영웅처럼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의 활약이다. 그러나 그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또한 아직도 그들의 희생과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이토록 소박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소방관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과연 얼마나 변화했을까? 또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 시대 '영웅'들도 기억합시다]

소방관은 화재를 예방하거나 진압하고, 태풍·홍수·건물붕괴·가스폭발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출동하여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을 보호한다. 또한 관할 지역의 방화 순찰을 하여 화재 위험요인을 단속하고, 위험물 저장 및 취급에 따른 방화계몽을 지도한다.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건축물에 대한 안전도 검사 등의 화재 예방 활동을 한다. 위험물의 저장·취급 안전과 사고 예방 활동을 한다.

가스공급시설 등 위험물시설의 안전원을 지도·감독한다. 화재 발생 시를 대비해 화재의 진화작업 요령과 인명구조 작업·화재진압 장비 취급방법 등의 소방훈련을 하고, 재난대비 수습훈련을 한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와 함께 긴급 출동하여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화재진압 활동을 수행한다. 화재 발생 원인을 감식하고, 피해 상황 및 금액을 조사·보고한다.

각종 소방장비 및 소방차량·소화 기구 등을 점검하고, 기능 및 상태를 관리한다. 구급 기자재, 약품 등을 관리·운영한다. 기타 재해방지를 위한 제방 소방업무를 수행한다. 지휘차·펌프차·순찰차·구급차 등의 소방차량을 점검하고, 출동지시에 따라 운전하며 행 후 소방차량 운행일지를 작성한다. (한국직업사전 /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

고위험군 직종인 만큼 순직하는 경우도 많으며,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소방관들의 정신과 진료상담 회수가 10배로 늘었고,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은 4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일 바른정당 소속 홍철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작년 5087건으로 4년 새 약 10.5배 증가했다. 올해는 7월 말 기준 3898건이다. 또 2012년 이후 자살한 소방관 인원수는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7명, 2015년 12명, 지난해 6명, 올해 7월 말 기준 9명 등 총 4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7명), 경북(6명), 부산(5명), 충북(4명), 강원·전북·전남(각 3명) 순이었다.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평가 조사결과'를 보면 소방관은 연평균 7.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 질환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5~10배 높았다.

그러나 소방관의 정신 건강을 보살피기 위한 정부 지원은 충분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문의·심리상담사 등이 직접 소방서를 방문해 심리 장애 진단 등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소방서 213곳 중 14%인 30곳에서만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위험한 일을 하는 공무원인 경찰·군인·소방관 등은 일정한 기간 내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 정년에 걸려 퇴출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2013년까지 6년간 계급 정년으로 퇴직한 경찰관은 경정(5급 사무관 상당)이 42명, 총경(4급 상당)이 53명 등 95명이었다. 경찰의 계급 정년은 경정 이상부터 적용된다. 소방관들도 소방령(5급 사무관 상당) 이상 계급부터 계급 정년이 적용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계급 정년을 앞두고 명예퇴직한 소방관은 모두 99명이다. 반면 일반 공무원은 직급 정년이 없다.

일하다 다쳐도 국가 지원으로 치료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였다. 공상* 입증에 필요한 11종의 서류를 모두 소방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데다 훈련 중 당한 부상이나 후유증 등은 업무와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워 소송에 이르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소방관 월급은 온라인커뮤니티에 공개돼 여러 번 화제가 됐다. 아래 5년 차 소방관의 월급 명세서는 '박봉'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 네티즌들이 소방관을 대기업 이상으로 월급을 받는 '꿀직업' '꿀보직'이라고 주장하자 열악한 현실에도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의 사기를 꺾지 말라며 한 소방관이 지난해 3월 급여를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산하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내역이) 5년 차 6호봉 소방교의 월급명세서가 맞다"고 확인한 뒤 "다만 월 30~40만원 정도 지급되는 초과 근무 수당이 내역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급여 명세서에 따르면, 급여 합계 182만 8560원, 실수령액 156만 9890원.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5년 차 소방관의 월급 내역이다. 기본급과 호봉에 따른 추가 급여를 합친 본봉 132만원에 위험수당 4만 5000원, 화재진화수당 7만 2000원 등 6가지 수당이 모두 합쳐 50만원이다. 여기서 위험수당 4만 5000원이 네티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매일 위험에 노출되는 소방관들 업무를 볼 때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고위험 현장공무원 약 10만 여명에게 지급되는 위험근무수당이 인상됐다. 국회에서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관한 논의가 나오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인상된 소방관의 위험수당은 6만원. 이마저도 5만원에서 1만원 오르는데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화재진화를 위해 출동할 경우 하루 4회 이상 출동해야만 가산금(건당 3000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출동을 한 번이라도 하면 그날 3000원의 출동가산금을 지급하고 출동건수가 3회를 초과하면 매회마다 3000원을 추가로 가산하도록 바꿨다.

소방관들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가 2015년에 진행한 '소방공무원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전국 소방공무원 8525명이 설문에 참여) '지난 3개월 이내에 일반인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소방관이 37.9%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12개월 이내에 일반인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8.2%였다. 신체 폭력을 당했다고 위에 보고한 경우는 18.6%에 그쳤다. 그중 53%는 '보고했지만 관서에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가 소방공무원의 사망·실손의료보험료를 50% 지원하는 정책성보험을 내놓을 전망이다. 소방공무원 4만4000명을 기준으로 연간 7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급대원 등을 비롯한 소방공무원은 현장직이 아닌 행정직에 대해서도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소방공무원이라도 실제 수행직무에 따라 위험도가 달리 평가되는데도 동일한 잣대로 위험도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찰과 소방관의 단체보험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체결하고, 이 비용을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추가 담보만 개인비용으로 가입하고 있다. 군인은 자가보험 형태로 생명 건강보험 및 유가족에 대한 복지까지 제공한다.

우리 정부도 미국처럼 소방관이 별다른 인수심사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초과보험료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설된 소방청이 내년에 연 70억원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면 내후년부터 소방공무원 전용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희생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지면 우리는 그제야 한 번씩 생각한다. '그래, 이렇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소방관들은 생명의 위협을 자주 겪기 때문에 유서를 미리 남긴다고 한다. 실제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A소방관은 3개월 주기로 유서를 쓴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각종 매스컴에서도 소방관들의 열악한 실태가 종종 소개되었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지원 대책이 탁상공론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과 같은 사회 '필수인(人)'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지고, 그들에 대한 지원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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