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정부가 "교육 등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학교를 비롯, 전국 국립대학교들은 올해 안으로 교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다른 국립대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교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평균 100~200명 수준이지만, 규모가 큰 서울대의 경우 2031명이나 된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보다 차라리 비정규직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급여나 복지 등에서 정규직이 훨씬 조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이 될 경우 이들은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학교에 직접 고용돼 정년 적용을 받게 된다. 현재 서울대 등 국립대 직원들은 공무원 규정이 준용돼 만 60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청소·경비·기계 등 시설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만 60세를 넘긴 고령 근로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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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는 7월 말 기준 경비 업무나 캠퍼스 청소, 기계·전기·조경 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 직원이 총 763명 있는데, 이들의 52.3%인 399명이 60세 이상이다. 이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당장 정년 퇴임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안정적 고용'이라는 정부 취지와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립대에 경비·청소 근로자를 파견하는 외부 용역업체는 보통 65세를 내부 정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더라도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고 성실할 경우 추가적으로 3년 더 계약을 연장하기도 한다.
서울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7년 전부터 일하고 있는 박모(여·62)씨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을 유지할 경우 최대 6년을 더 일할 수 있지만 정규직화되면 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자녀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몇년은 더 직접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직 걱정 때문에 요즘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직 근로자 최모(65)씨는 "정년 규정 때문에 우리 같은 노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면 그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울대는 9월 중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대학본부 관계자, 노동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대 청소경비시설노동자노조 김강규 사무국장은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정규직 전환을 바라며 60세 이상 근로자는 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길 대학본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모색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특히 고령자 문제가 심각해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해법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