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때로 맹렬히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독자를 싣고 내달리다 예상 밖의 목적지에 부려놓는다. 미국 소설가 콜슨 화이트헤드(48)가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세상에 내놨을 때, 독자들은 기꺼이 승차권을 구매해 그 위에 올라탔고, 정차역마다 폭발적인 환대를 받았다. 비밀스러운 지하 열차를 타고 자유의 탈주에 나선 흑인 소녀를 그린 이 소설은 지난 4월 퓰리처상을 비롯 전미도서상·앤드루카네기메달을 쓸어담았고, 인터넷서점 아마존 '올해의 책' 1위를 낚아챘으며, 드라마 제작이 결정됐다. 9월 1일 국내 책 출간을 맞아 작가와 전화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무거운 주제인데, 반응이 뜨겁다.
"일단 재밌으니까 좋아해주는 것 아닐까. 이 주제를 택한 게 문학상을 위한 전략은 아니었다. 나는 진지한 책만을 고집하는 작가가 아니다. 카드 도박이나 좀비 얘기도 썼다."
1999년 데뷔작 'Intuitionist'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엘리베이터 조사관을 주인공으로 삼아 미스터리를 추가했고, 2001년 퓰리처상 후보였던 후속작 'John Henry Days' 역시 흑인 철도 노동자 존 헨리의 전설에 픽션의 살을 붙였다.
―상상력과 역사를 지능적으로 결합한다는 평이 많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남북전쟁 이전 흑인 노예 탈출을 돕던 지하조직 명칭이다. 그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진짜 열차를 상상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 소설을 SF라고 부른다. 지난달 SF 작가에게 수여되는 '아서 클라크상'을 받았을 땐 나도 깜짝 놀랐다."
―소설 구상에 17년이 걸렸다고?
"매번 쓰려다 포기하고 덮어뒀다. 이 주제를 다루기에 너무 어렸다. 아버지가 되고, 두 아들·딸이 자라면서 시야가 달라졌다. 아동 학대 같은 뉴스를 보면서 이 역시 다른 형태의 노예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는 미국 흑인 여성 노예였던 해리엇 제이컵스(1818~1896)가 쓴 자서전 '린다 브렌트 이야기'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오직 경험해본 자만이 그 악의 나락이 얼마나 깊고 어둡고 추악한지 깨달을 수 있다.'
―하버드대 출신에 유명 소설가인 당신도 인종차별을 겪나?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차별을 겪었다. 성공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흑인이다. 이건 돈과 명예 여부와 관련이 없다."
―소설에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라는 문장이 나온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천명한다. 이 아름다운 문장은 그러나 사실인가? 지난 12일에도 인종차별주의자의 차량 테러가 있었다. 인류가 단일 민족이 되지 않는 한 인종 문제는 영원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공감을 얻을까?
"이 소설은 인종을 떠나 차별과 폭력에 대한 얘기다. 거의 모든 나라에 신분제와 지배·피지배의 역사가 있다. 한국도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겪지 않았나. 책 홍보차 프랑스와 폴란드에 갔을 때 '소설 속 노예사냥꾼이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를 연상시켰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신의 소설은 사회 변혁을 위함인가?
"소설은 자기만족인 동시에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어릴적 판타지 소설가 스티븐 킹,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작업이 완벽한 직업처럼 느껴졌다."
―또 뭘 쓸 건가?
"나는 늘 쓰고 싶은 걸 쓴다. 전작('Zone one')은 좀비 소설 아니었나. 미국 1960년대를 배경으로 30장 정도 써놨다. 이번 책과는 또 다를 것이다." 최근 상복이 터진 이 작가는 현재 영국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상은 받으면 좋고 아님 말고다. 노벨문학상? 좀비 소설 쓴 사람에게도 과연 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