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선출 과정이 만화인들을 분노와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 이사회는 재공고를 통해 공정한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 만화가 박명운·김성모 등 40여 명이 2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임명의 난맥상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을 주도한 만화콘텐츠기획사 대표 성경준씨는 "만화영상진흥원은 웹툰을 포함한 한국 만화를 세계로 이끌 중추적 기관"이라며 "현재 원장 후보 중에선 중국발 사드 경색 등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를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첫 공개 공모 형식으로 지난 5월 시작된 만화영상진흥원 원장 선출을 두고 만화계가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적격자가 없어 공모가 두 차례나 결렬됐고, 현재 3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가 2인으로 추려졌지만 잡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후보는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6급 공무원인 이성용 대중문화산업과 주무관과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이 주무관은 1차 공모에서 부적격 결과를 받아 탈락했지만 2·3차 공모에 계속 지원해 현재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최 연구위원은 만화계와 관련이 거의 없고, 역시 2차 공모에 지원했다가 이사회 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특히 이 주무관의 끈질긴 응모는 문체부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도종환 장관이 "문체부가 이런 데까지 조직 장악을 하는 것처럼 비치게 일을 하느냐…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면 응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을 정도다. 만화진흥원은 현재 경기 부천시 재단법인이지만,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이 주무관이 한국만화가협회 윤태호 회장의 제안을 받아 원장 공모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한국 만화계의 대표적 세 단체인 한국만화가협회·웹툰협회·우리만화연대 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만화연대 김신 부회장은 "윤태호 회장이 타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주무관을 미는 것이 향후 만화진흥원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만화인들의 불신이 거세다"고 말했다. 만화가협회의 한 이사는 "이 주무관이 20년간 만화 담당 업무를 해온 점을 높이 샀을 뿐"이라고 주장한 반면, 웹툰협회·우리만화연대 측은 "타 만화단체와의 의사소통에 소극적이었고 만화 발전에 기여한 성과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09년 설립돼 매년 180억원 안팎의 예산을 운용한다. 임기 2년의 원장 임명은 29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