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별초등학교의 최모 교사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사진. 남성끼리 포옹하는 그림을 자신의 자리 칸막이에 붙여놨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위례별초등학교 교무실. 한 달 전까지 이 학교 영어교사인 최모씨의 자리 주변 칸막이엔 무지개색 깃발과 포스터 등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남자는 다 짐승? 그렇다면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의 몸이 아닌 목줄입니다'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도 있었다. 최 교사는 지난달 수업시간엔 학생들에게 성소수자들의 축제 영상을 보여 줘 논란을 일으켰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개학일인 23일부터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본지 8월 25일 자 A12면〉.

위례별초등학교는 2016년 3월 혁신학교로 지정돼 개교한 공립학교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에선 정규 교과과정을 따르되 수업 방식·내용은 교사의 재량권을 존중하고, 자율형 수업을 권장한다. 주로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 109개교, 중학교 33개교, 고등학교 12개교 등 총 154개 공·사립 학교가 혁신학교로 운영 중이다. 아이들이 학교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위례별초등학교가 개교했을 땐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려고 주소를 바꿨을 정도였다.

이번에 논란이 된 최 교사는 수업내 재량권을 적극 활용했다. 최 교사는 올해 담임은 맡지 않고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최 교사는 지난 7월 17일 6학년 3개 반을 가르치면서 수업 시간 내내 자신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퀴어(queer·성소수자) 축제(7월 15일)에 참여해 찍은 영상을 보여주고, 이에 관한 얘기를 했다.

최 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동성애 관련 사진을 보여주거나 남성 비하, 차별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학부모 대의원회에 따르면 최 교사의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부모에게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남자끼리 뽀뽀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영어 예문을 거의 she(여성 인칭 대명사)로만 들었다' '선생님이 여자아이들만 예뻐하고, 남자아이들을 면박 준다' 등의 말을 했다고 전해졌다.

최 교사는 지난 5월부터 학교 내 '페미니즘 북클럽'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교감을 포함해 이 학교 교사 58명 중 21명이 가입했다. 최 교사와 함께 이 동아리 활동을 한 다른 교사들도 아이들을 상대로 성평등 교육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최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가 수업 시간에 '여자끼리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면서 "아이가 여자 인형끼리 결혼시키는 놀이를 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아이들이 너무 일찍 성소수자의 권리 이야기나 한쪽으로 치우친 성평등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 연합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개인 성향의 페미니즘 운동을 학생을 상대로 전파하고 있는 최모 교사를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이사까지 고려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공립학교 배정에 따라 아이들을 보냈기 때문에 다른 선택권이 없다"면서 "아이를 전학시키려면 이사를 해서 주소지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최 교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임신 후 성별 검사를 했는데 아들이라 실망했다. 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쓴 걸 봤다. 내 아들을 더 최 교사에게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 학교 이모 교장은 "논란이 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도 "(퀴어 축제 영상을 보여준) 수업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이상수 대변인도 "학생에게 성희롱 등 명백한 위해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수업 내용만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길영 한국외국어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교육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양성평등을 가르치더라도 더 건강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