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회사 '깨끗한나라'에서 만든 릴리안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문제가 생겼다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생리혈 감소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국내 생리대 시장점유율은 약 20%다. 식약처는 24일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한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섰다.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 단체는 여러 기업이 제조한 생리대 중‘깨끗한 나라’의 제품인 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 집단소송 준비

24일 여성환경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릴리안 생리대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21일 오후 7시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3009건의 피해 사례를 제보받았다"고 했다. 제보 중 '생리 주기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한 사람은 65.6%(1977명), '생리혈 감소'를 호소한 경우는 85.8%(2582명)였다. 한 20대 여성은 "2014년부터 3년간 릴리안 생리대만 사용했는데 생리량이 줄고 주기가 변하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며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했다. 지난 21일에는 법무법인 법정원이 온라인 카페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손해배상청구)준비 모임'을 개설했다. 24일 오후 카페 가입자는 2만명을 넘었다. 제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깨끗한나라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기 위해 릴리안 생리대의 환불뿐 아니라 전 제품에 대한 판매 및 생산을 중단한다"고 24일 밝혔다.

논란의 생리대, 저소득층에 기부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7월 저소득층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돈이 없어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에 휴지를 덧대 사용한다는 사연이 알려졌을 때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깨끗한나라로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월 8만개씩 넉 달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이 생리대는 종합사회복지관 93곳과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등 50곳에 전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리대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감사히 받았는데, 이런 논란이 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깨끗한나라는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 등에도 생리대를 지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는 생리대 배분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센터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깨끗한나라로부터 한 달에 1만2000개씩 생리대를 기부받아 저소득층 청소년·여성들에게 지원해왔다. 올해 7월 해당 회사와 1년간 협약을 연장한 센터는 "일단 7월에 지원받은 제품은 배분하지 않고 보관 중"이라고 했다.

작년 8월부터 생리대 44만개가량을 지원받은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도 남은 제품의 배분을 잠정 중단했다. 센터 관계자는 "일부 노인은 요실금 팬티 대용으로 생리대를 받아갔다"며 "생리대를 물품으로 후원해주는 곳이 이 기업밖에 없다. 당장 후원이 끊기면, 지원 대상자들이 모두 직접 구매해 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 생리대 제조 현장 조사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깨끗한나라뿐 아니라 생리대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긴급 현장 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국내 생리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5개 제조사(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피앤지·웰크론헬스케어)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이 제품들을 상대로 접착제 과다 사용 여부 등 제조 공정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생리대 지원을 두고 "지자체에서 구매해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지원하는 생리대 가운데 부작용 논란이 있는 릴리안 제품에 대해선 필요시 환불·교환해주도록 지침을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1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약 7만명분의 릴리안 제품, 총 756만7344개를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