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언론 때문이라는 오락가락 식약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사회 통념상 일정 시점까지 (업무 파악이) 안 된다면 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류 처장도 옆에서 듣고 있었다. 이 총리는 지난 17일 주요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류 처장이 '살충제 계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그럴 거면 브리핑도 하지 마라"고 했었다.

류 처장은 약국을 운영한 것 외엔 식품과 의약품 분야 연구나 경력·경험이 없다. 단지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임명돼 처음부터 우려가 제기됐다. 한 달 만에 살충제 계란 파문이 터지자 이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회에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답변으로 일관해 자질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러고선 "이 총리가 짜증을 부렸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22일 국회 운영위에서 류 처장 문제에 대해 "업무 파악이 미흡해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류 처장이 업무 파악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다. 한 달 이상 업무 파악이나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국민 건강을 지킬 적임자'라고 했던 청와대 설명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은 식약처장이라는 중대한 공직을 대선 공신 한 사람에게 나눠줘도 된다고 생각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살충제 계란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으면 류 처장 경질 같은 문제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총리 말을 들어보면 류 처장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총리는 류 처장의 문제가 단순한 업무 파악 시간 부족이 아니라 근본적인 자질 문제로 판단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교체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이 총리가 과거의 의전 총리에 불과한지 아니면 문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 총리인지는 이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