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38~155)=어려운 곳에서 기발한 발상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능력, 시니컬한 유머로 잔치 분위기를 달구는 말솜씨가 강동윤의 남다른 재산임은 앞서 이미 밝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지막 초읽기 때 아슬아슬하게 돌을 갖다 놓는 속도다. 많을 때는 30~40수를 연속 '아홉'에 착점하는데 한 치 오차도 없다. 오히려 관전하는 사람들이 '열'을 넘겨 타임아웃 처리될까 봐 가슴을 졸이곤 한다.

흑이 ▲로 역포위한 장면에서 이치리키가 한발 먼저 초읽기에 들어갔다. 138을 기다려 139로 △ 한 점을 따내니 우중앙 백 6점이 부평초처럼 뜬 신세가 됐다. 백의 위기인가 싶은 순간 놓인 140이 유일한 타개책이었다(이때 참고도 1은 백 4까지 흑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그리고 이 순간 강동윤에게도 초읽기가 선고됐다.

141을 먼저 찌르고 143으로 둔 것이 좋은 수순. 145 이하 152도 곡예를 보듯 짜릿하지만 필연의 진행이다. 흑 대마는 153을 차지하면서 '가'와 '나'를 맞봐 살았다. 백도 154로 챙긴 실속이 짭짤하다. 곧 한쪽이 무너질 것 같다가도 절묘하게 타협하는 게 고수들의 바둑이다. 155에 단수쳐 흑의 저항은 계속된다.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