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을 다룬 중국의 유명 추리소설 ‘길티 시크릿(Guilty Secret)’의 작가 리우 용비아오(52)가 1995년 발생한 여관 주인 부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뒤늦게 밝혀져, 지난 11일 중국 안후이성 난링 현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14일 중국 매체 더 페이퍼와 베이징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찰이 집에 들이닥치자 담담하게 “이 순간을 항상 기다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이 집에 들이닥치자 “이 순간을 항상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용비아오는 2010년 여성 작가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내용을 다룬 ‘길티 시크릿’으로 유명세를 얻었고, ‘안후이 문학상’도 받았다. 하지만, 오랜 미제(未濟)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면서, 이 소설도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일한 증거물인 담배꽁초가 떨어져있던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숙박업소


1995년 11월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한 여관에서 4인조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주인 부부와 그의 13살 된 손자, 그리고 직원 한 명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다.
중국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증거물인 담배꽁초를 수집했다. 안후이 성의 담배회사 제품인 이 담배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침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DNA 검사 기술력으론 범인을 지목할 수 없었다고.

22년간 안 풀리던 이 사건은 올해 재수사에 돌입해 8월 DNA 검사를 다시 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중국 경찰은 15개 지역에 사는 6만 명 용의자의 DNA 샘플을 대조했고, 결국 용비아오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당시 용비아오와 투자회사 대표인 왕(64) 등 4명은 저장성 후저우의 한 숙박업소에 투숙했다. 살해에 가담한 이 두 사람은 단지 돈이 필요해, 주인 부부와 13세 된 손자, 직원 한 명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애초 네 명의 피살자가 용비아오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저장성 경찰은 용비아오와 공범 왕을 각각 집과 상하이에서 체포했으며, 두 사람은 모두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이 묘사한 용의자 두명의 몽타주

작가 용비아오는 1985년 잡지에 글을 실으며 이름을 알렸다. 범죄를 저지르고 잠적했다가, 2005년 출판된 ‘필름(A film)’이라는 단편 소설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엔 중국 작가 협회에 공식 가입했고, 그의 단편 로맨스 소설은 50부작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작가 용비아오는 “이제서야 오랫동안 시달린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겠다”고 했다.

체포 당시 그는 “언젠가 경찰이 들이닥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용비아오는 체포되면서, 아내에게 편지 한 통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편지에 “지난 20년간, 이날을 기다렸다”며 “드디어 오늘,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오랫동안 시달린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