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고 있다. 참석한 취재진이 문 대통령 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청와대에서 1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장에서 대중가요 네 곡이 흘러나왔다.

청와대 참모진과 출입기자 25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회견을 앞두고 오전 10시쯤부터 영빈관에 입장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동선 등 리허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10시 30분쯤부터 귀에 익은 노래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수 박효신의 '야생화'부터 윤종신과 곽진언, 김필이 함께 한 '지친 하루,' 전인권 원곡으로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 정인의 '오르막길' 등 4곡이 돌아가며 재생됐다. 모두 차분한 멜로디에 젊은이의 고뇌와 감성이 담긴 서정적인 가사들이 돋보이는 스테디셀러 가요들이다.

기자들이 "웬 이런 노래가?"라며 어리둥절해하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혹시 (기자들이)긴장할까봐 감성적인 노래를 들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이후에도 "기자회견이 무겁고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며 "노래 가사에 담긴 메시지가 (국민에게)전달되길 바랐다"고 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박효신의 '야생화'는 지난 시간의 고통과 고난을 표현하며 새 희망을 말한 곡이다. '지친하루'는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곳이 나의 길"이란 가사 속 메시지로 선정됐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도 인기 드라마 삽입곡 등으로 유명한 노래다. 유일한 여성 가수 정인의 '오르막길'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때 들었다는 노래로, 지난 대선 캠페인 때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30~40대가 주축인 젊은 기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요를 틀어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친근감'을 먼저 느끼게 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은 공격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보다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런 선곡은 여성 비하 내용이 담긴 과거 저서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의전비서관실 소속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솜씨'로 알려졌다.

탁 행정관은 오랫동안 문 대통령의 정치 이미지 연출 행사를 맡아온 공연기획자 출신으로,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를 함께 다녀온 사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라는 중요 행사도 탁 행정관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조정했다. 실제 이날 탁 행정관이 현장에 나와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이나 16일 세월호 피해가족 간담회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자유 질의응답에서 야당과 여성계는 물론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까지 사퇴를 요구했던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