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후에도 부진…김현수 내년에도 ML남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 그리고 복합적인 현상으로 메이저리그(MLB)는 선수순환이 빠르다. KBO 리그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MLB는 그렇지 않다. 신체능력이 더 좋은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아마도 김현수(29·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그런 명제를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만 바라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 어린 선수들이 자신을 추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 키우는 핵심 유망주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이는 출전 시간의 저하, 타격 사이클의 기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안 풀리는 시즌이다.

지난해 타격에서는 확실한 성적을 냈던 김현수였다. 비록 시즌 시작은 여전히 ‘플래툰 멤버’였지만, 지난해 초반에 비하면 상황은 좋았다. 그러나 트레이 맨시니(25·볼티모어)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가팔랐다. 당초 내야 유망주 쪽에 가까웠던 맨시니는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외야 수비를 겸업했다. 그리고 김현수보다 더 좋은 타격을 선보이며 끝내 우선권을 따냈다.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맨시니는 김현수에 비해 장타력이 좋다. 언제든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 코너 외야수에게 더 이상적인 성적이었다. 외야 수비 경험이 아주 풍부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수비도 형편없지는 않았다. 결국 김현수의 출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맨시니가 상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잘 치자 굳이 벤치에 앉혀 둘 필요가 없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김현수의 트레이드에 대해 “맨시니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필라델피아에 와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어차피 외야는 구성이 끝난 필라델피아다. 김현수는 다니엘 나바와 네 번째 외야수를 놓고 경쟁할 듯 보였다. 하지만 리빌딩을 진행하는 필라델피아는 시즌 막판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줄 기세다. 트리플A를 폭격했던 라이스 호스킨스, 그리고 카메론 퍼킨스가 서서히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 중 호스킨스는 1루가 주 포지션이지만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올라온 첫 날부터 주전으로 뛰더니, 팀의 4번 자리까지 진출했다. 타율은 1할대이나 벌써 3개의 홈런을 날렸다. 트리플A에서 보여줬던 장타력 그대로다. 구단과 팬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애런 알테어와 나바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김현수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오지 않을 공산도 커졌다.

같은 값이라고 한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 김현수 대신 몇 년을 더 뛸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값’임을 보여줘야 한다.

김현수가 방출 절차를 밟는 등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알테어는 9월 초에나 복귀할 전망이다. 빨라도 8월 말이다. 나바는 이제 막 부상자 명단에 갔다. 필라델피아도 당장은 김현수가 필요하다. 9월이 되면 로스터가 확장된다. 결론적으로 김현수는 지금처럼 제한된 임무로 시즌을 완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현수는 필라델피아 이적 이후 12경기에서 타율이 1할1푼5리에 불과하다. 장타율은 0.154다. 수비나 주루에 장점이 있는 선수는 아닌 만큼 방망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나바와 알테어가 차례대로 돌아오면 기회는 더 줄어든다. 남은 보름에 김현수의 반등, 그리고 MLB 경력이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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