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남녀 공중 화장실의 풍경은 비슷하다. 서서 소변을 보는 남자 화장실과는 대조적으로, 여자 화장실 쪽은 여성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진보’와 ‘혁신’을 주창하는 독일 베를린 시의 좌파 정부가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며, 남녀 공용의 ‘성(性) 중립적인’ 소변기를 디자인해 시범 설치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남녀가 똑같이 쓸 수 있는 이 소변기를 ‘적당한’ 높이에 걸면, 여성도 서서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시 노동사회통합여성국 건물에 전시된 성중립 소변기

베를린 시 정부는 “화장실 컨셉트(the toilet concept)”라는 제목의 99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시의 모든 공중 화장실에 이러한 성 중립 소변기를 설치하고, 모든 건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 ‘성 중립’ 소변기를 통해 “베를린 시가 혁신적인 계획을 추구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으며, 이 소변기는 노상방뇨와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시 정부는 또 단지 소변기만 ‘성 중립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는 남녀 공용의 ‘성 중립적’ 화장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BBC 방송은 “베를린시 여성들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에 호의적인지, 칸막이와 같은 가림막을 설치하라고 주장할지 등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을 지지하는 한 여성은 트위터에 “대중교통 수단의 안전성 같이 중요한 문제가 산적한데, 왜 나더러 서서 소변을 보라고 하는 거야?”라며 베를린 시의 ‘성 중립적 소변기’를 비판했다.

현재 이탈리아 회사 신테시바그노가 설계한 ‘소녀다운’ 이라는 이름의 여성 소변기를 포함해 여러 종류의 변기가 나온 상태다. 하지만 베를린 시가 이번에 이 남녀 공용 소변기의 설치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한 스위스 여성은 여성용 소변기가 신박하긴 했지만 ‘#실패(fail)’라고 해쉬태그를 달아 볼 일을 보기엔 불편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한 스위스 여성은 극장 화장실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특색있는’ 여성 소변기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다. 이 여성은 이 소변기가 신기하긴 했지만 ‘#실패(fail)’라고 해시태그를 달고, 볼일을 보기엔 불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