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고, 다른 한 명은 남에 대한 배려가 깊었던 여성 샴 쌍둥이.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태어났지만, 몸의 일부가 붙어 53년 평생을 함께 살아야 했던 이들의 얘기가 최근 책으로 나왔다.
소련(구 러시아) 시절인 1950년 1월에 태어난 마샤와 다샤 크리보쉴료포바는 2003년 죽을 때까지 평생을 서로 붙어 지냈다. 마샤는 자신의 다른 짝인 다샤를 감정적으로 학대하고 ‘명령’을 내렸고, 다샤는 ‘정상적인 삶’을 꿈꿨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이들과 친해져 속 얘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던 한 기자가 지난 10일, 이들의 삶을 다룬 책 ‘잘 모를수록, 더 깊이 잘 수 있다(The Less You Know, The Sounder You Sleep)’을 발간했다.
소련의 스탈린 독재정권은 마샤와 다샤 샴쌍둥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내 모스크바의 소아과 연구소에서 각가지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혈액순환계는 공유하지만, 각자 독자적인 신경계를 갖고 있는 마샤·다샤 샴쌍둥이는 독재정권에겐 ‘안성맞춤’ 실험 대상이었다. 둘은 또 각각 하나의 다리밖에 없었다.
스탈린 정권은 이 쌍둥이 중 한 명에게 화상(火傷)·동상(凍傷)을 입히고, 굶기고, 수면을 박탈하고, 전기충격을 가하면서 다른 한 명의 신체변화를 관찰했다. ‘과학실험’이라며 심지어 방사성 물질·독극물을 투입해 신체 반응을 따지기도 했다. 이들이 겪었던 잔인한 생체실험의 내막은 이번에 출간된 책으로 전모가 드러났다.
나이가 들어 ‘실험 기관’에 풀려난 뒤 이들의 삶도 결코 정상적일 수 없었다. 책을 쓴 줄리엣 버틀러는 “마샤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따지는 모든 설문 항목에서 ‘예스’인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다”고 말했다.
마샤의 또 다른 짝인 다샤는 ‘몸의 분리’ 수술을 통해 엄마의 사랑, 일자리, 연애와 같은 ‘정상적인 삶’을 원했지만, 다샤를 지배하는 마샤가 이 모든 것을 거부했다.
마샤는 술에 취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구역질 반사(gag reflex)’로 술을 입에도 댈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술을 싫어하는 다샤에게 술을 강요해서 공유한 혈관을 통해 취기를 느꼈다. 다샤가 한 소년과 서로 사랑에 빠졌을 때에도, 마샤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다샤를 ‘소유’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헤어지게 했다.
1990년대 의술이 발달하면서, 한 영국인 의사가 분리 수술을 제안했다. 다샤는 갈망하는 눈빛으로 마샤를 쳐다봤지만, 마샤의 대답은 ‘안돼’였고, 그게 끝이었다. 다샤가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도, 마샤는 담배 피우며 잡지나 뒤적이는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았고 결국 다샤의 취업도 막았다.
다행히도, ‘착한 다샤’가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사이코패스 마샤’에 맞서면서, 일생의 마지막 시기엔 둘의 관계가 보다 질서 있게 잡혔다고. 기자 버틀러는 “둘은 나중엔 나머지 반쪽을 정말로 사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2003년 4월17일 ‘사이코패스 마샤’가 심장마비로 죽었을 때에, ‘착한 다샤’는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선 필수적인 신체 분리 수술을 거부했다. 자신의 반쪽과 끝까지 같이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마샤가 죽고 17시간 뒤, 다샤는 죽은 마샤의 몸에서 비롯한 패혈증으로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