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글 전래동화집인 심의린의‘조선동화대집’(1926·왼쪽)과 3대 전래동화집 중 하나인 박영만의‘조선전래동화집’(1940).

"'해와 달 이야기'가 100년도 안 된 거였다고?"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8일 개막해 내년 2월 18일까지 여는 기획특별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동화 100년'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질 만하다. 이 특별전은 우리 전래동화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첫 전시지만, 지금껏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로 알고 있던 것들이 의외로 역사가 짧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해와 달 이야기'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922년 잡지 '개벽'에 실린 주요섭의 '해와 달'이었다.

한글로 쓰여진 최초의 전래동화집이 나온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국어학자 심의린이 쓴 '조선동화대집'이 1926년 출간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최초의 전래동화집은 1924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민담을 수집해 편찬한 '조선동화집'으로, 일본어로 쓰였지만 '호랑이와 곶감' '혹부리 영감' '의좋은 형제' '은혜 갚은 까치' 등이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두 책은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박영만이 1940년 낸 '조선전래동화집'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전래동화집'으로 불린다. 1992년 작고한 아동문학가 손동인씨는 "오늘날 간행되는 각종 전래동화집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3대 전래동화집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글 전래동화 100년'이란 말은 1913년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에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가 실린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 박물관 이애령 전시운영과장은 "전거가 확실한 일부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래동화는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무가(巫歌)였다가 20세기에 재창작된 '바리공주'처럼 현대 작가들의 손길을 거친 작품도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되는 것이다. 1926년 심의린의 책 속에 기차, 인력거, 전보가 등장하는 동화가 포함됐다는 것도 상당수의 전래동화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