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배리 본즈의 756호 홈런볼은 약물 복용 낙인이 찍힌 채 명예의 전당에 전시됐다.

8일, 두산 김재환(29)은 KBO리그에 새로운 타점 기록을 세웠다. 그는 잠실 한화전에서 1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12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1995년 장종훈, 1999년 이승엽, 2015년 나바로, 올해 최형우가 세운 11경기를 지우고 KBO리그에 '12경기 연속 타점' 신기록으로 올려놓았다.

곁가지로 올 시즌 김재환이 잠실구장에서 때려낸 18번째 홈런이었다. 1999년 심정수의 잠실구장 17홈런을 넘어서 국내 타자 한 시즌 잠실구장 최다 홈런. 외국인 타자인 타이론 우즈가 1998년 24홈런이 있다.

그런데 김재환은 잘 알려지다시피 과거 약물 전과가 있다.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 국가대표에 선발된 그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테스토스테론) 복용 사실이 적발됐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의 힘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대표적인 금지 약물이다.

20대 초반의 철없는 실수라고 하기는 크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금지약물 징계를 받고 복귀한 후에는 "봉인 해제됐다"는 철없는 말로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드러냈다. 당시 KBO는 10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 금지약물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김재환이 지난해부터 두산 중심타자로 자리잡으면서 그에게는 약물 전과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김재환의 타점 신기록을 두고 금지약물 전과 선수에 의한 기록이라는 것에 마뜩잖은 분위기가 크다. 그만큼 금지약물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엄격하다.

최근 열린 런던 육상세계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서 게이틀린은 볼트를 꺾고 영광의 금메달을 수상했지만, 경기장의 관중들은 시상 순간에 엄청난 야유소리를 내질렀다. 과거 게이틀린의 금지약물 복용을 탓하는 반응이었다.

김재환을 향해 한편으로는 수년 전 한 순간 잘못이고, 이제는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일부 동정 여론도 있다. 메이저리그 약물의 시대처럼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것은 아니라고 방어논리를 펴기도 한다. 김재환이 강타자로 성장한 것은 땀흘려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어쨌든 김재환이 과거 금지약물 복용을 한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김재환은 신기록 달성 후 인터뷰에서 "정말 큰 기록이지만 마냥 기쁘진 않다. 만감이 교차한다"며 "야구팬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은 잘한 행동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약물 복용에 대한 반성의 태도, 잘못을 분명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과거 징계를 받았지만, 약물 꼬리표를 달고 각광받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게 할 여지는 있다. '약물은 한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비뚤어진 사고관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음주  운전이 약물 복용보다 징계가 더 커졌다. 그런데 약물 복용은 다른 전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고 더 큰 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지만, 단순 음주 운전이 금지약물 복용보다 징계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LG 윤지웅은 음주 운전으로 KBO로부터 한 시즌 절반인 72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KBO는 2015년까지 금지약물 복용 적발시 1차 적발 때 10~30경기, 2차 적발 때 50경기 출장정지였다. 지난해 1차 적발 때 해당연도 정규시즌 총 경기 수의 25~50%의 출장 정지, 2차 적발 때 시즌 전 경기 출장 금지로 징계가 강화됐다.

김재환은 "앞으로 더 꾸준히, 성실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홍글씨'를 감내하면서 가야 할 것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