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달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7일 당내에 혁신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당 체질 개선'을 명목으로 내걸었지만, 공천권 행사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도 지난달 19일 혁신위를 발족했지만 당내 갈등을 극복하기는커녕 인적 청산 등을 두고 당내 갈등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방식 변경 등을 논의할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혁신위원장은 최재성 전 의원이 맡고, 다음 주 중 혁신위원 인선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 뒤 "공천 룰을 미세 조정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민주당 공천 룰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장(현 교육부 장관) 주도로 만들어졌다.
추 대표의 이런 구상에 대해 당장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지도부 회의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이 "시·도당이 행사하는 공천권을 중앙당이 가져오려는 의도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김상곤 혁신위원장 시절 지방분권 강화 차원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중앙당의 전략공천권을 폐지했는데 추 대표가 이를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친문(親文)계 의원은 "대선을 이긴 정당에서 잉크도 마르지 않은 혁신안을 다시 뜯어고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추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차원에서 혁신위를 추진한다는 의구심이 당내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시도당 권한 부분은 존중할 것"이라며 "과거 혁신안을 다 뜯어고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전 의원이 각각 서울시장, 경기지사 출마설이 도는 것과 관련해 "선수가 룰을 정하면 혼란이 온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혁신안 논의가 당의 새로운 시한폭탄이 될 분위기"라고 했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이날 당 강령 개정 등을 골자로 한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새 강령에 최근 혁신위가 제시한 '신(新)보수주의' 이념을 당 노선으로 명시하고 종전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을 '한미 동맹'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해온 '작은 정부' 개념 대신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는 내용도 강령에 넣기로 했다. 혁신위가 최근 '서민 중심 경제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것처럼 전통적 우파(右派) 이념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당 정치학교를 개설해 이를 이수한 사람만 내년 지방선거에 공천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는 이날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親朴) 핵심 인사에 대한 인적 청산 문제와 관련한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적 혁신은 (연말까지 운영되는 혁신위) 후반부에 발표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혁신위 핵심 관계자는 "질서 있는 혁신을 위해 인적 청산 문제는 가장 마지막에 손을 대는 게 전략적으로 옳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당내 갈등 소지가 큰 인적 청산 등 예민한 문제는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한국당 쇄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인데 이념 문제만 붙들고 인적 청산 문제는 덮어두기만 해선 혁신 작업의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갈등이 무서워 갈등을 잠복시키는 데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가 지금은 자중하고 있지만 혁신위가 특정 인사에 대한 청산 작업에 나설 경우 저항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