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순 경북취재본부 기자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선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2기 등을 반입했던 지난 4월 말부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나 주민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마을회관 왕복 2차선 도로 절반을 불법 점거해 '임시 검문소'를 설치한 후 일반 차량과 경찰 차량까지 검문하기도 했다. 6월 말부터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이 일대에 3개 중대(240명)를 상시 배치하고 있다. 얼마 전 주민들은 "경찰 버스에 시동을 켜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말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시끄럽고 배출가스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지난 주말부터 예전 성주 골프장 캐디들의 숙소였던 마을회관 앞 4층 건물 일부(현 국방부 소유)를 빌려 쉬고 있다.

경찰은 지난 3개월여간 '성주가 무법천지가 됐는데도 공권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살펴보니 경찰이 무기력하게 보이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지난달 13일엔 보수단체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합법 행진을 하려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주민들에게 가로막혔다. 당시 90대 여성 2명과 80대 여성 7~8명이 도로에 주저앉아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몇몇 여경은 저항하는 할머니들에게 팔을 물려 멍이 드는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채증작업을 했지만 처벌은 보류했다.

3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 사드 반대 설치물들이 놓여 있다.

경찰은 3번에 걸쳐 주민들이 설치하고 운영하는 불법 검문소 강제 철거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들이 시위 현장에 있었다. 경찰은 '할머니 시위대'의 배후에 사드 반대 세력이 있다고 본다.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고령의 여성들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불법 현장이라 해도 할머니 같은 분들을 강제로 끌고 나오기가 쉽겠는가"라면서 "시위 행태가 점점 치밀하고 지능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군의 입장에도 온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경찰은 그동안 도로교통법 위반, 집시법 위반, 교통 방해죄 등을 적용해 50여 명을 체포했거나 소환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기본 업무는 한다고 자부한다. 반면 군은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군은 지난달 12일 오전 사드 기지 안에 있는 고장 난 트럭을 견인할 구조차 반입을 위해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군은 같은 내용을 주민들에게도 미리 통보했다가 주민들이 먼저 길목을 점거하자 작전을 취소했다. 군을 지원하려고 1500명을 긴급 배치했던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철수했다. '무기력한 공권력'이라는 소리가 또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했지만 군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후속 액션'은 감감무소식이다. 경찰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단지 사드에 반대하는 단체와 주민 몇십명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