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왼쪽) 검찰총장과 홍준표(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

새로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일부터 국회를 직접 찾아 여야 지도부를 만나고 있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는 아직 따로 만날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문 총장은 전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내방한 데 이어, 2일에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방문 일정을 잡았다.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 핵심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

아직 문 총장이 만나지 못한 국회 원내교섭단체 정당 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 뿐이다. 현재 이 두 대표가 여름휴가 중이어서 문 총장이 이들을 찾아가지 못한 측면도 있겠지만, 문 총장은 추 대표와는 별도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홍 대표 방문 계획만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문 총장이 홍 대표를 ‘패싱’(passing)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문 총장의 ‘홍준표 패싱’이 이뤄진다면 결국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문 총장은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 대표를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 사람은 ‘검찰총장과 제1야당 대표’면서도 ‘기소 검사와 피고인’ 관계인 셈이다. 홍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 총장이 홍 대표를 찾아가 검찰 관련 사안에 대해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 총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때 “(홍 대표의 공소유지를 위해) 당시 특별수사팀원들이 상고이유서와 각종 의견서, 법리검토서까지 써내며 대응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