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코티시오픈(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극적으로 역전 우승한 이미향(24·KB금융그룹)이 대회 참가 과정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를 놓치고 골프백도 잃어버려 남에게 클럽까지 빌리면서 경기를 치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행운의 여신은 결국 이미향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향은 지난 24일 미국에서 출발했으나 비행기의 이륙이 지연돼 예정됐던 연결편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공항에서 한참 기다린 후에야 다음 비행기를 타고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고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미향은 일단 골프백 없이 코스를 돌기로 했다. 첫날 연습라운드는 남의 클럽을 빌려서 간신히 마쳤다. 다행히 8시간 후 잃어버린 골프백을 되찾았지만,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만했다.

이미향은 지난 26일 하루 연습라운드를 소화하고 곧바로 경기에 나서 연습이 부족했다. 아니나 다를까. 1·2라운드 모두 부진했다. 이틀 동안 4오버파에 그치며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이미향 스스로 "2라운드가 끝나고 다음주 열리는 브리티시오픈 연습이라도 한다는 심정으로 플레이했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3라운드에서는 4타를 줄이며 공동 6위로 올라섰다. 여전히 선두와는 6타 차이였다. 더군다나 당시 1위는 카리 웹(42·호주)으로 통산 41회의 우승 기록을 가진 '노장'이었다. 카리 웹의 노련미에 당해낼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이 마지막 날 이미향을 찾았다. 15번 홀까지 이미향에 2타 차로 앞서던 웹이 16·17번 홀에서 각각 보기·더블보기를 기록하며 3타를 잃었다.

이에 이미향은 마지막 날 6타 차이를 뒤집으며 역전 우승했다. 6타 차 역전 우승은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승 기록이다.

이미향은 우승 후 인터뷰서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1·2라운드에서 샷 감은 좋았지만, 퍼트가 잘 안 되었다. 3라운드부터 퍼트가 잘 되기 시작하면서 오늘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2주 후 개막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