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세요? 개인과외 교습자 최○○씨, 안에 계신가요?"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곽진규 주무관이 양천구 목동 A아파트 현관에서 수차례 벨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급기야 현관문을 두드리며 이름을 부르자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그분은) 여기 안 산다고요!"
이곳에서 470m 떨어진 또 다른 아파트 과외교습소 역시 부엌까지 훤히 불을 켜두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과외교습자 휴대전화로 전화해도 신호음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렇게 대낮처럼 불을 켜놓고… 사람 없는 척을 하는건지 의심스럽습니다" 동행한 김경희 강서양천교육청 주무관이 흐르는 땀을 훔쳤다.
지난 20일 밤 10시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심야(深夜) 과외 첫 단속에 나선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11개 교육지원청 단속팀은 목동 일대 등 서울 전역 200곳 과외교습소를 예고 없이 찾았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 개인과외 교습소 대부분이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아, 심야 과외를 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주무관은 "개인 주거지에 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과외 현장을) 강제 단속할 수가 없다"면서 "과외교습소 앞에서 벨을 누르는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밤 10시 이후 심야 과외를 지난 19일부터 전면 금지했다. 학원에만 적용하던 교습시간 제한을 개인과외 교습자로 확대하도록 개정된 조례(條例)가 이날부터 시행됐다. 경기·부산·대구·경남 등 나머지 교육청도 개인과외 교습시간 제한 조례를 추진하는 등 심야 과외 단속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전망이다.
사실상 실효성이 낮은 '심야 과외 금지' 정책까지 등장한 이유는 과외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학원 수는 감소 추세지만 과외는 해마다 5000~ 8000개씩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과외교습소는 8만8372개로 학원 수(8만5032개)를 처음 추월했다. 이후에도 학원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과외교습소는 9만4307개(2012년), 10만7147개(2014년), 11만7283개(2016년)로 폭증하고 있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과외까지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과외 교습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경제 상황과 정부 사교육 대책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교육계는 분석한다. 학생 수 감소와 경기 침체 때문에 시설비 등을 감당하지 못한 학원들이 과외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학원을 규제하자 상대적으로 단속이 덜한 과외로 전환한 경우도 많다. 학부모들이 개인 맞춤형 소규모 사교육을 선호하는 경향도 과외를 늘렸다.
서울 강남 일대에선 학생들이 학교 근처 건물을 장기 임대해 과외강사를 부르는 신종 과외가 나타났다. 학생들이 오가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김모(20)씨는 "고교 재학 시절 건물 두 층을 장기 임대한 곳에서 레슨교사로부터 실습과외를 받았다"며 "내신 시험 기간에는 국·수·영을 가르치는 과외교사들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프랜차이즈도 크게 늘어났다. 아파트 등 자택에서 수업하되, 과외교사들이 교재 등 프로그램을 업체로부터 유료로 제공받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외교습은 주거지나 카페 같은 장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학원처럼 불법 교습행위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