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54·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장이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무일(56·18기)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선 신임 총장이 임명되면 선배와 동기들이 스스로 용퇴하는 게 관행이었다.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박 고검장이 거취를 조기에 결정했다는 얘기가 많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박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의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박 고검장은 최근 단행된 인사와 관련해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생각을 썼다. 그는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보듯이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검사라는 이유로 몰아내기 인사를 했다”며 “그들이 어떤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한 것이 부적절한지 사유가 불분명하다. 언론에서는 이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새로운 ‘줄세우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여러 가지 제도 개선안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검찰의 문제가 한두 개의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심사숙고해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고검장은 “검찰제도가 도입될 때는 ‘인권옹호기관’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으로 ‘거악척결’이라는 1차 수사기관적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검찰권이 운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제도의 근본적 취지와 배치되면서 여러 가지 비난 대상이 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므로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고검장은 대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군법무관을 거쳐 199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대검 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등으로 일했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서울고검 공판부장, 제주지검장, 창원지검장 등으로 지냈다. 고검장급으로 승진하고서는 광주고검장, 대구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서울고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고검장은 특별수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으로 일할 때는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이용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편법 증여사건 수사에도 참여했다.

박 고검장의 사의 표명을 신호탄으로 검찰 내 연수원 17·18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17기 현직으로는 김희관(54) 법무연수원장이 있고, 18기는 오세인(52) 광주고검장, 박민표(54) 대검 강력부장, 김해수(57) 대검 공판송무부장, 이명재(57)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