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한복판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수학을 이용해 인간 행동의 패턴을 연구해온 저자는 사랑과 가장 거리가 먼 것만 같은 수학을 이용해 현시대의 사랑을 분석한다. 괜찮은 상대를 만날 확률,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등록할 프로필 사진 고르는 법 같은 난해한 문제도 수학으로 해석된다.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 같던 사랑마저 어쩌면 원래부터 과학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카페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소개팅을 하는 듯한 남자와 여자를 보게 된다. 만남 전, SNS로 서로의 프로필을 확인하는 요즘 주선자 없이 이어지는 대화는 주로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되곤 한다. 라디오 진행을 하며 이런저런 연애 사연을 읽다 보니 이제 나도 반쯤 연애 도사가 되어, 맺어지는 커플의 몇 가지 특징을 예측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도 매우 특징적인 요소 하나가 있다. 여자가 남자가 쓰는 특정 단어를 자주 따라 말하거나, 남자가 귀를 만지거나 머리를 쓸어내리는 여자의 무의식적인 몸짓을 따라 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는 커플의 경우 거울을 비춘 듯 상대의 말투나 몸짓을 따라 한다. 나는 이것이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통찰이 아니라 매우 과학적인 사실이란 걸 최근에 읽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을 통해 확인했다.

"우리의 마음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를 수 있지만 몸은 원하는 상대를 눈으로 보는 순간 확실히 알아채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보디랭귀지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공이 커지고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들도 상대방 언어 사용 습관에 따라 달라지며 동시에 웃음도 터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현상은 불과 몇 분 사이에 일어나며 이러한 몸의 신호들을 이용하면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해나 프라이라는 수학자는 인간 행동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수학을 통해 많은 현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불가해한 사랑조차도 말이다. 그녀는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의식적 동시성'이 온라인 커플 매칭에 통합 기술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예측했다.

"스카이프, 페이스북 화상 통화…시리와 같은 유형의 기술을 활용하여 언어 사용 습관을 추적하고,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가 보디랭귀지를 기록한다. 일련의 스피드 데이트가 끝나면 여러분과 각 상대에 대한 현실적이고 유의미한 적합성 통계가 제시되므로 누가 실제로 연인이 되는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매우 유용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의 언어인 수학은 이러한 발전 과정의 단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연애를 수학처럼 풀 수 있다면 어떨까? 수학에는 이런저런 공식이 존재하니 우리 삶도 얼마간 수월해지지 않을까. 가령 이 책은 만족스러운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통계를 이용한다. 통계는 어째서 우리가 거절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상대를 찾아 나서야 하는지 알려준다. 가만히 앉아서 누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린다면 내게 다가오는 사람 중 가장 덜 싫은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덜 싫은 사람과 만나는 삶은 또 얼마나 밋밋할까. 저자는 용기를 내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수학이 이것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SNS로 많은 만남을 이어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실용적인 연애 팁도 등장한다. 가령 이런 문제 말이다. 내 SNS 계정과 데이트 소셜 프로그램에 어떤 프로필 사진을 올려야 커플이 될 확률이 높아질까?

"여러분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람에게 평범하게 귀엽다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차라리 일부에게 못생겼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 훨씬 낫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여운 남자나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 직관에 상당히 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다. 상대가 내 사진을 보고 자신의 눈에는 예뻐 보이지만 다른 회원들은 아마도 관심이 없을 것이라 여긴다면 경쟁률은 확실히 낮아진다.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연락을 취해볼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진짜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온라인 프로필 사진을 선택할 때 자신의 매력을 반감하는 특징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예로는 뚱뚱한 사람이 자신의 일부분만 잘라내서 올린다거나 대머리 남성이 모자를 쓴 사진을 선택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완전히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프로필 사진을 선택할 때는 설령 일부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강조해야 한다. 여러분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그래도 여러분을 좋아할 것이다. 또 그렇지 않은 하찮은 사람들은 오히려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녀의 조언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시원하게 벗어진 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보기 흉한 문신을 뽐내고, 튀어나온 배와 사각턱을 당당히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눈에 띄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건 놀라운 반전이며 통찰이다. 이 모든 것을 수학이 입증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게임이론을 이용해 '좋은 신랑감 패러독스'를 풀고, 모임에서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수학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입찰자 여성이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나면 그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가능한 한 최대로 노력한다. 반면 뛰어난 입찰자는 자신이 어떤 남자에게나 훌륭한 상대라고 확신하므로, 머지않아 더 괜찮은 다른 남성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력적인 여성의 무관심한 태도를 확인한 남성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을 보이는 여성을 선택하여 정착하고, 싱글들의 그룹에서 빠지게 된다."

끝으로 사귀고 싶은 상대가 참석하는 모임에 갈 때에는, 최대한 나와 외모가 비슷하지만 아주 살짝 덜 매력적인 친구와 함께 가라는 게 수학자의 충고다. 친구 덕분에 당신이 더 멋져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이 우리 연애에 이토록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이 책은 잘 쓴 연애 소설 이상의 로맨스와 스릴을 제공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 해나 프라이의 테드 강연을 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