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축제만 한다면 '반미시위' 협박… 천안시도 백기]

충남 천안시가 인근 평택으로 이주할 4만명의 미군과 미군 가족에게 천안을 알리는 축제 행사를 열려다가 반미(反美) 단체들 반발에 취소했다. 천안시는 오는 10월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한·미 친선 도깨비 축제'를 사흘 연다는 계획 아래 7000만원 예산을 배정했었다. 미국의 핼러윈 축제에 등장하는 괴물·유령들을 우리 전통의 도깨비로 재해석한 행사를 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평등교육실천 천안학부모회, 천안 녹색소비자연대 등으로 구성된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평택 미군들로 천안까지 범죄와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될 텐데 미군 환영 축제를 여는 건 혈세 낭비'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천안시는 지난 30일 열린 보조금 심의위원회에서 행사 보류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의정부시가 52년간 주둔하다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 2사단 송별 콘서트를 열었지만 좌파 단체의 SNS 협박 댓글 공세에 가수들이 출연을 포기해 행사가 파행됐다.

천안시는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 지역 관광 산업에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작년 연말 미군 관광 유치를 위한 TF까지 만들었다. 지난 17일엔 미군 가족 50명을 초청해 쇼핑 명소, 맛집, 문화 시설을 보여주는 관광 초청 행사도 열었다. 이웃한 아산시도 평택시와 함께 '한국의 빛과 소리에 취하다'라는 타이틀로 미군과 가족들을 염두에 둔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해왔다.

천안시가 축제 행사를 기획한 것은 미군과 가족들을 상대로 천안의 매력을 과시해 지역 관광과 쇼핑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였다. 한 줌밖에 안 되는 반미 단체들이 시비 걸고 나선다고 그 행사를 포기한 시 당국의 결정은 줏대 없는 것이다. 미군 이전에 기대를 품고 있는 많은 점포와 업주들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가 '한·미 동맹은 피로 맺어졌지 종이 몇 장 서명으로 된 게 아니다'고 했던 말이 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