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9)가 무명의 복서에게 충격적인 판정패를 당해 타이틀을 놓쳤다.
파퀴아오는 2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스타디움에서 열린 제프 혼(29·호주)과의 WBO(세계복싱기구) 월터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12라운드 결과 0대3(113-115 113-115 111-117)으로 판정패했다.
이로써 파퀴아오는 2015년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경기 후 2년 2개월 만에 패배를 기록했다. 통산전적 59승2무7패. 예상외의 승리로 타이틀을 획득한 혼은 17승1무의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파퀴아오의 우세를 점쳤다. 필리핀 빈민가 출신으로 세계 최초로 복싱 8체급 석권에 성공한 파퀴아오는 지난해 4월 은퇴를 선언했으나 11월 복귀해 WBO 월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혼은 프로에서 무패의 성적을 올리긴 했으나 굵직한 경기를 치르지 못해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파퀴아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라이트급 은메달리스트인 아미르 칸(31)과 대결을 원했지만 결국 혼과 대결하게 됐다. 파퀴아오는 혼에 대해 "나는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여유있는 승리를 자신했으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경기 초반 혼이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파퀴아오를 당황하게 했다. 혼은 긴 리치를 앞세워 파퀴아오가 접근하는 것을 막으면서, 거친 플레이로 압박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파퀴아오는 경기 중반 이후 혼의 안면에 많은 펀치를 날렸지만 끝내기 한방이 나오지 않았고, 12라운드가 종료된 뒤 혼의 손이 올라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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