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샷에(한꺼번에) 완전한 북핵 폐기로 가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으로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를 약속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6·15 기념사에서 북한과 대화할 조건으로 제시한 '추가적 핵·미사일 도발 중단'보다는 핵 시설 가동 중단 조치 등이 수반되는 '핵 동결'로 대화 기준을 한 단계 높였지만, 여전히 북핵 해법으로 '동결→대화→폐기'라는 대화를 강조한 단계적 접근법이다.

美하원 지도부와 간담회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링컨룸에서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 측은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경수 민주당 의원. 맞은편 미국 측은 오른쪽부터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폴 라이언 하원의장,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원내 부총무,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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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또 "거기(핵 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돼 나가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며 "철저한 검증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동결에 대응해서 한·미 간에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기왕에 만든 모든 핵물질과 핵무기들을 다 폐기하는 단계에 간다면 또 한국과 미국은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때 그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간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 입장이며 그 입장이 달라진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도 워싱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접근법을 되풀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핵 동결과 보상을 교환한 과거의 협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 측이 동결을 전제로 대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였지만,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워싱턴은 다시 강경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을 놓고 어떤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발언 내용은 전용기가 워싱턴에 도착한 뒤인 29일 전해졌다. 정상회담은 한국 시각으로 30일 밤 11시쯤 백악관에서 열린다.

과거 북한은 6자회담 등을 통해 핵 동결과 단계적 폐기를 약속했지만, 보상만 챙긴 뒤 합의를 깨고 핵 능력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부시~오바마 정부에선 "폐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압박 정책을 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간에 북한이 (동결) 합의를 파기하고 핵으로 돌아간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과거에 이를 개의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