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 김용언 지음|반비|236쪽|1만5000원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31세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전혜린(1934~1965)은 한 권의 수필집과 한 권의 일기 모음집만으로 숱한 독자를 매혹시켜 왔다. 그러나 정식 문인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부잣집 철부지 문학소녀'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미스터리문학 전문지 편집장이자 스스로 문학소녀 출신이라 밝히는 저자는 묻는다. 전혜린으로 대표되는 문학소녀는 왜 조롱과 폄하의 대상이 됐나.

"문학청년은 본격적인 작가 등단을 꿈꾸며 글쓰기에 매진하는 성실한 아마추어의 느낌"이지만, 문학소녀는 "감정 몰입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과 시에 열중하며 몽상을 끄적거리는 유아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독자라는 느낌"이라고 구분한다. "그런 독자들이 등단한 뒤에도 지나친 도취 상태나 감상주의를 글로 재생산한다"고 믿는 남성 중심적 시각을 비판한다. 책 읽고 글 쓰는 여자들을 위한 단단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