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바지'에서 '에어컨 티셔츠'로 냉감 소재 진화
한지, 옥, 커피 등 친환경 냉감으로 업그레이드… 빈폴 아웃도어 한지 티셔츠 3만5천 장 판매
삼성물산 쿨비즈 매출 20% 증가, 아이더 아이스 팬츠 출시 한 달 만에 완판

야크아이스 소재를 사용한 블랙야크의 ‘E윌마S티셔츠’

평소 땀을 많이 흘리는 직장인 이영준 씨(33)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대비해 ‘냉감 의류’ 쇼핑에 나섰다. 그는 “한여름 중요한 미팅이라도 있는 날이면 땀에 젖어있는 모습이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체온을 낮춰준다는 티셔츠가 나왔길래 속는셈 치고 사봤다”고 말했다.

여름 날씨가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의류 제품 역시 온도를 1~2도 이상 낮춰주는 기능성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기능성 냉감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주로 스포츠나 아웃도어 브랜드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여름 의류 대부분에 냉감 소재가 쓰이고 있다. 활용 분야도 넓어져 티셔츠와 속옷부터 바지, 정장, 청바지, 신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 ‘냉장고 바지’에서 ‘에어컨 티셔츠’까지… 냉감 소재 진화

냉감 의류의 대명사로는 ‘냉장고 바지’를 들 수 있다. 통기성과 신축성이 좋은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제작된 냉장고 바지는 시원하면서도 1만 원 이하부터 시작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2013년엔 미국 CNN이 한국의 냉장고 바지를 조명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패턴에 고무밴드가 들어간 일 바지(몸빼 바지) 같은 외형과 속옷이 드러나는 단점으로 인해 착용에 한계가 있었다.

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냉감 소재 붐을 일으킨 것은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이었다. ‘에어리즘’은 유니클로가 섬유회사인 도레이와 함께 개발한 극세사 원단으로,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해 피부에 남아있는 수분과 열기를 방출해준다. 유니클로는 냉감 제품인 ‘에어리즘’과 온열 제품인 ‘히트텍’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매출 1조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에 맞서 차별화된 냉감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지, 옥, 커피 등 친환경 소재를 결합한 냉감 의류도 등장했다. 빈폴 아웃도어는 한지를 결합한 냉감 의류 ‘쿨한(COOLHAN) 티셔츠’를 출시했는데, 지난 25일 마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3만5천 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쿨한 티셔츠’는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와 폴리에스테르를 35대 65의 비율로 혼방해 만든 제품으로, 대나무 소재 특유의 흡습, 항균, 향취 효과로 청량감이 우수하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처음 선보인 한지 티셔츠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 올해도 물량을 늘려 출시했다. 작년보다 원단의 혼방 비율을 조정해 기능성을 더 높이고, 디자인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냉감 소재를 적용한 K2 ‘아이스 가글’, 빈폴 아웃도어 ‘쿨한 티셔츠’, 마모트 ‘스톤 콜드’(왼쪽부터)

옥(玉)을 원료로 한 냉감 소재도 눈길을 끈다. 와이드앵글과 마모트는 옥을 미세한 분말 가루 형태로 가공한 ‘스톤 콜드’ 티셔츠와 바지를 내놨다.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냉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옥의 양전자 성분이 박테리아를 섬유에 가두고 번식하는 것을 차단해 항균∙향취 효과가 뛰어나다.

커피 원두를 함유한 데님 원단도 나왔다. 커피 입자가 주입된 원단이 수분을 지속적으로 방출해 체감온도를 1~2도 정도 낮춰주는 원리다. 크로커다일레이디와 FRJ진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청바지를 출시했다.

전찬희 빈폴 아웃도어 차장은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패션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 전반에 걸쳐 천연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다양한 천연 기능을 겸비한 상품들이 올 여름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냉감 소재는 티셔츠뿐만 아니라 바지와 청바지에도 적용된다. 아이더 ‘토시오’ 팬츠(왼쪽)과 FRJ진 ‘아이스카페 데님’

◆ 폭염에 냉감 특수 ‘톡톡’… 삼성물산 쿨비즈 20%∙ 블랙야크 ‘야크 아이스’ 70% 매출 신장

올해 더위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패션 업체들은 예년보다 일찍 냉감 의류를 출시하고 물량도 대폭 늘렸다. '야크 아이스', '아이스 플라이어', '쿨티케' 등 이름만 들어도 시원함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닉네임' 마케팅을 펼쳐 선점 효과를 노렸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지난 5월 아이스 팬츠 ‘토시오’를 3만5천 장 출시했는데, 한 달 만에 90%를 팔았다. 브랜드 관계자는 “여름이 한 달가량 앞당겨져 정상 판매율이 높아졌다”며 “업계가 냉감 티셔츠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냉감 팬츠에 주력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블랙야크는 빨라진 여름옷 수요에 발맞춰 냉감 소재 티셔츠 ‘야크 아이스’의 물량을 작년보다 50% 확대했다. 이 제품은 지난달 1~19일 기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0% 늘어나는 등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카파는 냉감 소재로 만든 ‘쿨 컴뱃 팬츠’가 이달 중순까지 11만 장을 팔아 치웠다.

쿨비즈 판매도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5월 갤럭시, 로가디스, 빨질레리 등 자사 남성복 브랜드를 통해 쿨비즈 제품을 출시했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구김이 잘 가지 않는 냉감 소재인 트리아세테이트와 원단에 난 미세한 구멍이 난 에어 도트 소재 등을 사용해 한여름에도 스마트한 착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통상 여름을 비수기로 치지만, 올해는 이른 더위로 냉감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 ‘냉감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냉감 소재는 땀과 습도를 흡수해 무더운 날씨는 물론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