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사는 회사원 알렉시 고몽(36)씨는 지난달부터 루브르박물관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클로즈컴뱃(근접 전투술) 강습을 받고 있다. 근접 전투술은 최소한의 동작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호신술로, 10여년 전부터 민간에 보급됐다. 고몽씨는 주간 렉스프레스에 "요즘 테러가 일상이 돼버려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며 "프랑스 클로즈컴뱃 연맹 홈페이지에서 '땀을 흘리면 피를 흘리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보고 바로 시작했다"고 했다.
2015년 이후 테러가 잇따르면서 프랑스에서 호신술 등 자기 방어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뉴스 전문채널 프랑스엥포가 25일 보도했다.
지난 2월 영국 싱크탱크 데모스(De mos)가 프랑스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80% 이상이 "6개월 이내에 또다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조사 이후 파리에서만 3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그 이전에도 2015년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총기 테러(12명 사망)와 바타클랑 극장 등 연쇄 총기·폭탄 테러(130명 사망), 2016년 니스 해변가 테러(86년 사망) 등 각종 테러로 지금까지 2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엥포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벨기에 등 유럽 곳곳에서 민간인을 노린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며 "자기 방어법은 이제 프랑스인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규모 폭발 테러보다 흉기를 이용한 1인 테러가 잦아지면서 호신술을 익혀두면 테러범을 사전에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부터 근접 전투술을 배우고 있는 의사 장샤를르 베탕쿠르(39)씨는 일간 르몽드에 "2015년 8월 암스테르담에서 파리로 향하던 열차에서 승객 6명이 테러범을 제압한 사건 때도 승객 중에 호신술을 할 줄 아는 군인 등이 있어 대형 참사를 막았다"며 "테러가 발생하면 범인을 제압해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실전 격투술인 '크라브 마가'도 인기다. 일간 르몽드는 지난 4월 프랑스 크라브 마가 연맹을 인용해 "크라브 마가 자격증 보유자가 1만7000명으로, 4년 전보다 5000명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호신술 열풍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있다. 파리 도심의 여성 전용 크로스트레이닝 클럽인 '부트 캠프 걸(여성 신병 훈련소)'에선 여성 회원들에게 각종 격투 종목을 가르친다. 마티유 누델베르그 대표는 "극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법을 배우도록 한다"고 말했다.
테러 발생 시 지혈 등 응급처치법을 배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파리 근교의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만 응급처치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2015년에 비해 4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렉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파리 바타클랑 극장 테러나, 작년 니스 해변 테러 당시 지혈법을 몰라 옆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사람에 대한 응급조치를 제대로 취할 수 없었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 뒤 상당수의 프랑스인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숙지해 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적십자회는 활용도가 낮아 응급처치교육에서 제외됐었던 지혈대법(굵은 고무관 또는 고무제 띠를 이용해 지혈하는 법) 교육을 지난해 10년 만에 재도입하기도 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성인이 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의무 군복무 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르몽드는 "프랑스인들의 74%가 징병제 부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잇따른 테러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인들의 의식을 바꿔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