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한 알이/ 영글기 위해서/ 봄 여름 가을이 있다// 꽃씨 한 알이/ 흩어지기 위해서/ 바람이 있다// 꽃씨 한알이/ 이렇게 작아도/ 숨결이 있다// 꽃씨 한 알이/ 이처럼 소중한 것인 줄/ 몰랐다// 우리는/ 우리도 꽃씨인 줄을// 모르고 있다.'
아동문학가이자 시인 유경환(1936 ~2007·사진)이 생전에 쓴 미발표 동시 '꽃씨' 전문이다. 고인의 유고 동시 10편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계간지 '열린아동문학'은 유경환 시인의 10주기인 29일을 앞두고 낸 여름호(73호)에 '꽃씨' 등 10편을 실었다. '토끼풀' '콩 털기' '겨울 논' 등 친근한 자연과 풍속을 정겨운 시어로 노래했다.
동시 '골목길의 끝'은 이제는 사라진 풍경을 아쉬워한다. '추녀가 어깨동무 하고 만든/ 골목길이 사라졌다// 긴 골목길에/ 찰랑찰랑하던 아이들 목소리가 사라졌고/ 굴뚝새 잡던/ 떠들썩한 이야기도 사라졌다// 담 넘어 늘어진 앵두나무 가지도/ 또 저물녘 아이를 부르던 목소리도//(중략)// 가슴 막히듯 아슴하던/ 골목길의 잿빛 끝이/ 이젠 그립다.'
배익천 열린아동문학 편집주간은 "고인은 유언으로 별세 10년 후 시집을 내고 다시 10년 후 '동시집'을 내라고 했다"며 "이번에 실은 동시 10편은 고인의 20주기 때 출간할 동시집 중 일부"라고 말했다. 10주기 유고 시집 '달빛이 와서 쉬는 곳'은 이달 초 나왔다. 배 주간은 "10주기 추모 행사는 지인들에게 시집을 나눠주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195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유경환은 1960~1970년대 사상계 편집장, 조선일보 문화부장을 지냈다. '열린아동문학'은 고인이 1998년 창간한 아동문학 전문 잡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