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수정)는 23일 딸 정유라(21)씨를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키려고 이대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6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국정 농단 수사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최씨에게 내려진 첫 1심 선고다.

재판부는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주고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최경희 전 이대(梨大)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고,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전 총장 등의 지시를 받고 수업에 참여하지도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은 류철균 교수와 이인성 교수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원준·이경옥 교수에게는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가 대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이대 학사(學事) 특혜' 사건 관련자 9명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빽도 능력이라는 의구심 일으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 금메달리스트인 정유라씨는 그해 10월 치러진 이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합격했다. 정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쓴 사실이 언론 보도로 공개돼 여론이 들끓었다. 최씨가 정씨를 이대에 입학시키려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이대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비선(秘線) 실세'에 의해 명문 사학(私學)의 입시 시스템이 무너져 내린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최씨와 김종 전 차관,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최경희 전 총장 사이에 정유라씨를 부정 선발하기 위한 순차적인 공모(共謀) 관계가 성립한다"며 "피고인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씨의 특혜 입학에 가담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비뚤어진 모정(母情)으로 자녀(정유라씨)마저 공범으로 전락시켰다"며 "최씨로 인해 국민과 사회 전체가 느낀 허탈감과 충격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는 우리 사회에 누구든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冷笑)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생기게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 전 총장 등 이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사표(師表)가 되어야 할 대학교수가 공명정대한 학사 관리를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며 "대학에 대한 신뢰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뇌물·불법 모금 혐의 재판 남아

이날 선고된 내용은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혐의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 최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서 삼성 등 대기업들에서 592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로 걷은 혐의 등에 대해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혐의들은 '이대 특혜 비리'에 비해 처벌이 훨씬 무겁다. 뇌물죄의 경우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돼 있다. 따라서 최씨가 받게 될 처벌은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날이 61번째 생일이었던 최씨는 선고 직후 말 없이 구치소로 돌아갔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인정이나 법리적 문제가 있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