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2일 인사청문회 관련 국회 의사일정은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11조원가량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추경을 안 해주는 것은 국정 발목 잡기이자 대선 불복"이라고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너무하지 않으냐"며 기자회견 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사진〉 그러나 한국당은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하고도 사과 한마디 안 해서 생긴 문제를 왜 대선 불복에 연관시키느냐"며 "이게 울 일이냐"고 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중에 각종 국회 현안에 대해 합의하고 발표문을 내려 했다. 하지만 발표 직전 회동에서 이견을 보여 합의가 불발됐다. 여당은 "추경 논의 일정에 합의해달라"고 했지만, 야당은 "추경은 법적 요건에 맞지도 않고 내용도 잘못됐다"며 합의문에서 빼자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문제도 여당에선 "이름은 못 박는다"고 했고 야당은 "확실히 하자"며 맞붙었다.
민주당은 추경 합의가 안 되자 "참을 만큼 참았다"며 한국당과의 전면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정권 교체를 인정 못 하는 것"이라며 "대선 불복"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때 자기들은 추경을 다 해놓고 우리 때는 무조건 못 해준다고 하는 건 국정 발목 잡기"라며 "국민의당에도 섭섭하다. 옆에서 도와줘야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그러다 "을(乙)도 이런 을이 없다" "너무 하지 않습니까"라며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훔쳤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추경 논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추경이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추경 반대가 어떻게 대선 불복이냐. 잘못된 표현"이라며 "그런 언급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생각도 가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부가 하는 건 무조건 하라는 식으론 무리가 있다"며 "최소한 인사 정국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 장관들이 다 임명되면 추경은 그때 논의하는 게 맞는다"며 "정부조직법 심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추경 통과 지시 이행이 어려워졌다고 울기나 하고…"라고도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에서 "추경의 공무원 증원 등에 대해선 반대하지만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고 절박하기에 정부의 추경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잡기 위한 국회 상임위 가동 등에는 협조키로 했다. 그동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임명에 반발해 상임위를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이날 각 상임위를 열고 남아 있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대부분 확정했다. 26일 한승희 국세청장, 28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30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다음 달 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은 23일 확정된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도 여야 모두가 참석하며 안건 처리가 이뤄졌다. 또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증인으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채택하기로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논문 표절 논란으로 취임 18일 만에 자진 사퇴했었는데, 당시 김 후보자가 "빨리 물러나라"고 했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본회의 안건 상정을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가 최근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 문제 때문에 파행했다. 안 후보자 아들은 고교 시절 학칙 위반으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가 징계가 감경됐었는데, 이후 서울대 수시 입학했다. 이에 한국당은 "서울대와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를 안건으로 올리자"고 했고, 여당은 "자진 사퇴했기 때문에 이중 처벌"이라며 항의 표시로 집단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