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박 전대통령에게 재단 얘기 못들었다"]

"이름을 바꾸고 싶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박모씨는 올해 초 법원에 개명(改名) 신청서를 냈다. 개명 전 그의 이름은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같았다.

그는 "대통령하고 이름이 똑같다" "나중에 정치인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신경은 쓰였다고 한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되자 스트레스가 커졌다. 박씨는 법원에서 개명 허가를 받아 평범한 이름으로 바꿨다. 비슷한 처지인 또 다른 박모씨도 "뉴스에 박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흠칫 놀란다"며 최근 법원에 개명 신청을 냈다.

이들처럼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원래 사용하던 '박근혜'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개명 신청을 낸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에는 지난해 11~12월 4명이 개명 신청을 했고, 올해에도 2명이 더 신청서를 냈다. 서울에 있는 다른 법원 4곳에도 비슷한 사례가 모두 12건 있었다. 서울에서만 올해 5월까지 18명의 '박근혜'씨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법조계에선 "전국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개명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법원은 신청자에게 특별한 문제점이 없으면 개명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인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관련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개명 신청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동명이인들도 특이한 점이 없으면 개명 허가 결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