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이 겪은 고통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요."
형의 사망 소식을 접한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는 매사추세츠의 해안가 고향으로 향한다. 지난 2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첫 장면이다. 형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홀로 남게 될 고교생 아들의 후견인으로 동생 리를 지명해 놓았다. 하지만 형의 유언장을 읽은 리는 곤혹스러움에 빠진다. 형의 변호사도 그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따스하게 위로한다. 감춰져 있던 가족사가 드러나는 이 장면에서, 구슬픈 단조의 오르간 독주와 현악 합주가 서서히 흐른다. 과연 어떤 곡일까.
A.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1671~1751)의 곡으로 알려진 '아다지오 G단조'다. 처연한 정서를 지니고 있어서 영화 '플래시 댄스'와 '도어즈(The Doors)'에도 사용됐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전반적으로 음악을 절제하는 편이지만, 비극적인 절정 장면에서 이 선율을 삽입해서 감정적 진폭을 극대화한다. '아다지오'가 흐르는 가운데 경찰 조사에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리는 끔찍한 결심을 하지만 그마저 실패하고 만다.
흥미로운 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불리는 이 곡의 원작자는 따로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레모 자조토(1910~1998)는 1958년 독일 드레스덴의 도서관에서 알비노니의 미완성 악보를 입수했으며, 그 악보를 바탕으로 '아다지오'를 편곡했다고 주장했다.
알비노니의 전기를 집필했던 그는 이 곡에 '토마소 알비노니 주제의 현악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정작 미완성 악보 원본은 공개하지 않아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현재 음악학자들은 알비노니가 아니라 자조토의 곡이라고 추정한다.
누구의 곡이 됐든 이 작품은 바로크풍의 기품과 구슬픈 정서를 머금고 있어 영화와 드라마 등에 널리 사용되면서 사랑받았다.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이나 록 그룹 뮤즈도 이 선율을 편곡해서 자신의 곡에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