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일자리 관련 없는 사업 포함돼
하반기 내 집행 우려 사업들도 많아
세종 청사 등 10개 청사는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으로 1만5897개 조명을 LED(발광 다이오드)로 교체한다. LED 조명 구매에 17억5500만원을 투입하며, 형광등 철거 및 LED 조명 설치에 11억600만원을 배정한다.
세종 청사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4개 부처도 이번 추경으로 2002억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99만1771개의 조명을 교체할 예정이다.
◆ 2002억5600만원으로 99만개 LED 교체
정부는 극심한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 11조2000억원의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4조2000억원이 투입되며, 일자리 여건 개선에 1조2000억원, 일자리 기반 서민 생활 안전에 2조3000억원, 지방 재정 보강에 3조5000억원이 배정된다.
하지만 추경을 심의해야 하는 국회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이 아닌 간접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예산에 일자리와 상관 없는 사업이거나 추경이 필요할 만큼 시급하지 않은 사업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산이 일자리 기반 서민 생활 안전으로 배정된 공공기관 조명 LED교체 사업이다. 정부는 하반기 추경에 14개 부처 35개 세부 사업에 관련 예산으로 2002억5600만원을 편성했다. 공공 기관들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 내 전체 건축물의 80%를 LED 조명으로 교체해야 한다. LED 조명이 수명이 길고 에너지 효율이 좋다는 판단이다.
일부 기관들의 현재 LED 보급률은 올해 목표치에 미달한 상태다. 예를 들어 병무청은 예산 부족으로 LED 보급률이 65.8%에 불과하다. 국민안전처 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LED 보급률도 1.6%다. 정부는 추경으로 39개 국립대학, 교정시설, 검찰청, 출입국사무소,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정부 청사 등의 조명을 LED로 교체할 예정이다. 올해 내 보급해야 할 목표치를 추경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약 99만1771개의 조명이 교체된다.
추경의 LED 교체 예산은 일자리 추경이라는 당초 목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급하게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을 배정하는 추경의 목적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약 2000억원 규모의 LED 교체 사업이 에너지 절감과 LED 조명 생산·교체 수요 증대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 및 관련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 분석 보고서’에서 “추경에 의한 LED 교체 수요는 일시적인 것이어서 장기적·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민생 안정 효과의 지속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내 급하게 추경 예산을 배정할 만큼 해당 사업이 시급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추경은 내년 본예산 투입을 기다리기 힘들 만큼 시급한 곳에 돈을 주는 것인데, LED 교체를 올해 하반기 내 하지 못하면 큰일이 생기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 사회서비스, 청년 일자리 예산 ‘불용’ 가능성
정부가 하반기 추경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은 직접 채용과 예산 지원으로 이뤄지는 간접 채용이다. 그러나 하반기 내 집행이 어려워 대규모 불용이 될 예산들이 적지 않다. 추경은 하반기에 전액 집행돼야 하는데 예산을 올해 말까지 쓰지 못한다면 관련 사업들을 추경으로 배정한 필요가 없다. 정부의 하반기 추경 편성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당연히 없다. 불용이 우려되는 예산들의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하반기 추경은 일자리 창출 방법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과 함께 장애인과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5만9000명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장애인 일자리 지원,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과 같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확대하고, 어린이집 확충,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과 같이 시설 확대를 통해서도 일자리를 확대하며 장애인 활동지원, 장애 아동 가족 지원 사업과 같이 서비스 수혜자 확대를 통해 서비스 제공 일자리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관련 예산은 총 3357억원이다.
하지만 관련 일자리들은 인건비를 6개월 기준으로 편성하고 있다. 해당 사업들은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으로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지방비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방비 확보를 위한 지자체 추경 편성 기간과 사업 수요 신청 등의 행정 절차, 인력 채용을 위한 채용 공고, 면접 등의 채용 기간이 소요됨을 고려하면 6개월을 기준으로 편성한 일자리 확충 사업들은 하반기 전액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 추경이 집행돼야 하는 하반기 내 관련 예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내세우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금액과 대상을 확대 예산도 하반기 집행이 불투명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이 취업한 청년이 월급 일정액을 통장에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보조해 2년 근속하면 12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대상자를 1만명 늘리고, 2년 만기 후 받을 수 목돈을 1600만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추경에 255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는 올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를 5만명으로 계획하였으나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공제 가입자는 5544명으로 11%에 불과하다. 또한 지원금 예산 집행률도 3.7%다. 추경으로 배정되는 추가 1만명 지원 예산이 연내 집행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취업성공패키지지원 예산 1305억원도 불용 가능성이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층, 청년층,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상담·직업 훈련 알선 등의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관련 추경 예산은 그동안 집행이 부진했다. 2015년에는 628억원이 증액 편성되었으나 지원 인원이 계획보다 적어 본예산을 포함하여 643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하였다. 2016년에는 358억원의 추경이 증액 편성됐으나, 훈련참여수당에서 247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하였다.
불용액이 발생한 이유는 관련 제도 대상자들의 훈련 참여율이 예산에서 정한 70%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반기 추경도 관련 제도에 대해 훈련 참여율을 60%로 계산해 예산을 배정했으나 훈련 참여율이 2014년 69.5%, 2015년 60.8%, 2016년 56.1%5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에 하반기 집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추경에 포함된 자치단체 보조 사업도 하반기 집행이 안될 수 있다. 정부는 추경에 전기자동차보급및충전인프라구축 예산으로 289억1000만원, 어린이집 확충 예산으로 204억5500만원,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에 15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해당 사업의 실집행 현황은 전기자동차보급및충전인프라구축(37.6%), 어린이집 확충(38.9%),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61.1%)으로 저조했다. 올해도 제대로 추경 예산이 집행되지 못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 사업도 문제다. 정부는 추경으로 1조4000억원을 증액해 청년창업펀드·재기지원펀드·4차산업펀드 등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해당 펀드들은 민간 자금의 조달·매칭이 있어야 자펀드가 조성돼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반기 불용 가능성이 있다.
◆ 9년 필요한 R&D 예산도 배정
하반기 추경에는 21개 R&D(연구 개발) 사업 예산도 포함된다. 622억원이다. 추경에 622억원이 더 투입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까지 집행해야 할 정부의 R&D 예산은 2조1207억원이 됐다. 정부는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R&D는 기술 개발과 장비 조달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하반기에 집행돼 효과가 바로 나타나야 하는 추경이 목적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4차례 추경 중 대규모 R&D 예산이 편성된 경우는 2009년과 2013년이다. 2009년에는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목적으로, 2013년에는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추경 R&D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이후 2015년에는 R&D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으며, 2016년에는 조선 산업 지원을 위한 R&D 예산이 소규모로 편성됐다.
2015년 이후 추경에 R&D예산 비중이 줄어든 건 집행 지연 문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2013년 R&D 추경의 경우 한국형발사체개발 사업에 1227억원이 편성됐지만, 76.8%만 집행하고 285억원을 이월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 사업은 추경으로 기초과학연구원 건립 예산 300억원을 증액해 총 1051억원을 편성했지만, 부지 매입 지연 등으로 사업비 전액이 불용됐다.
올해 추경 R&D 예산에도 하반기 내 집행이 어려울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친환경자동차부품 클러스터조성 R&D 사업은 기술개발에 필요한 6종의 장비를 구축할 목적으로 약 98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으나 장비 구매계약이 올해 12월 중 이루어질 계획이다. 실제 장비 인도와 계약금을 제외한 대금 지급은 2018년 초에 이뤄질 수 있다. 추경 예산이 불용되거나 내년으로 이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R&D 사업은 집행에 최대 9년이 걸린다. 예를 들어 미래창조과학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은 바이오 분야 원천 기술 개발에 시간이 소요돼 최대 9년간의 계속 지원이 필요하다.
R&D 사업 예산이 추경의 본래 목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농촌진흥청의 ICT융합 한국형 스마트팜 핵심 기반기술개발 사업은 60명을 추가 고용해 스마트팜 빅데이터 분석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나, 고용 기간이 5개월에 불과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인력 육성지원 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재정 여건 등이 열악한 하위 30개 공립과학관을 중심으로 상시 근무 과학해설사 채용을 지원할 계획이나, 적절한 전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과학해설사들이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R&D 사업은 기술개발의 불확실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될 위험이 크고, 장비 구축은 장비 조달 일정 등으로 인하여 신속한 집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5~9년간 지원되는 장기 R&D 과제를 추경으로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추경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확충할 계획이지만, 기술 개발의 경우 성과가 창출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경의 투입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