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임으로 공석(空席)이던 안보실 2차장에 남관표(60·사진) 주스웨덴 대사를 임명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분야는 내각에선 강경화 외교장관과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청와대에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상철 안보실 1차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으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가 모두 미·중·일·러 등 '4강 외교'와 북핵 협상 경험이 없는 인사여서 각종 현안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외교·안보 핵심에 多者·정책 전문가
역대 정부에서 외교장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주로 미국과 북핵 문제를 주로 담당했던 '워싱턴 스쿨'이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유엔 등 다자(多者)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 주로 미·중·일·러 '4강 외교'에서 발생하고 이를 통해 해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탈(脫)4강 중심 외교'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식에서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무고시 선후배 중심으로 폐쇄적 구조로 돼 있는 것이 외교 역량이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관성적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고, 미국·중국 등 양자(兩者) 외교나 북핵 관련 경험이 없이 유엔에서 외교관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다.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다자 및 통상 전문가다. 국방 개혁과 안보 전략을 담당하는 이상철 안보실 1차장 역시 예비역 육군 준장이지만 군(軍)에서는 비주류로 평가를 받아왔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도 군내(軍內) 소수라고 할 수 있는 해군 출신이다.
그래서 안보실장을 보좌하고 외교 정책, 통일 정책 비서관 등을 이끌면서 과거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해야 할 안보실 2차장에는 미국·북핵 전문가를 기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안보실 2차장 역시 국제법과 외교 정책 전문가인 남관표 주스웨덴 대사를 임명했다. 남 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 12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외교부 조약국 심의관,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헝가리, 스웨덴에서 대사를 지냈다. 남 차장이 조약국에 근무할 때 외교부의 이른바 '자주파'가 조약국에 많이 포진해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임명에 조약국 근무 경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들은 "일 처리가 원칙적이고 선비 스타일이긴 하지만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외교관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념형 '코드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근무했고 그때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2015년에는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했는데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 "미국, 중국, 북핵 등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약점"이라고 외교부 관계자들도 지적했다.
◇"다변화 좋지만 큰 사고 터지면…"
청와대는 외교안보 라인에서 4강 외교 및 북핵 전문가들이 후순위에 배치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북핵 및 미국·중국 전문가인 임성남 외교 1차관이 지난 정부에 이어 유임됐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북미국장, 북핵단장을 지낸 신재현 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외교정책비서관으로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4강 및 북핵 전문가를 홀대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의 한 북핵 전문가는 "외교 다변화와 4강 중심 외교 탈피라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대형 사고가 터져서 외교관들이 손에 흙을 묻혀야 하는 곳은 대부분 4강 외교 분야다. 평상시에는 몰라도 비상 상황에서는 4강 외교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