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염소

소가 아기 염소에게 그랬대요. "쬐그만 게 건방지게 수염은? 또 그 뿔은 뭐람?"

그러자 아기 염소가 뭐랬게요? "쳇 아저씬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 덩치에 아직도 '엄마 엄마'게…."

―손동연(1955~ )

동물 우화 시이다. 소는 어른인 자기에게도 없는 수염과 뿔을 가진 아기 염소가 눈에 거슬려 “쬐그만 게/ 건방지”다고 트집을 잡고, “또 그 뿔은 뭐람?” 나무란다. 염소도 ‘아기’이지만 덩치가 몇 배나 큰 소 ‘아저씨’에게 맞선다. “쳇 아저씬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 덩치에 아직도 ‘엄마 엄마’게…” 하하, 웃음 깔린 다툼이다. 동심의 눈은 다툼에도 웃음을 담아낸다. 염소는 ‘아기’여도 수염이 달린 게 본래 모습이고, 소가 ‘아저씨’여도 울음소리를 ‘음머 음머(엄마 엄마)’ 내는 건 당연한 일. 천진난만한 어린이 눈에 비친 유머러스한 염소와 소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나 웃고만 있기 어렵다. 타고난 겉모습이 놀림감이 될 수 없음은 물론 오히려 개성으로 존중받아야 옳다는 시인의 의도를 읽게 되면 갑자기 마음 서늘해지며 깊은 성찰에 잠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