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외고, 자사고, 국제고(이하 특목고)를 폐지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나라를 30여 년 전으로 회귀시키려는 것 아닌가 실망스럽고 불안하다.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30여 년 전 평준화 정책 도입 당시 나왔던 것들로, 이제는 의미를 상실한 시대착오적 생각들이다. 이런 식으로는 현안 해결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과거의 고질적 문제들까지 반복될 염려가 있다.
'특목고 폐지=일반고 살리기'라는 등식은 특정 교원단체의 주장이니, 현 정부의 정책 개발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특목고도 일반고도 아니며,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특목고 선호는 교육 프로그램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열 차이가 심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 넣고 느슨하게 운영하는 일반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희망과 진로에 따른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교 선택은 보호되어야 할 기본적 자유이며 인권이다. 집 옆 학교를 두고 먼 거리에 있는 일반 학교에 강제 배정하는 것은 극히 비민주적이다.
학교 교육에는 미래의 사회 변화에 대한 준비 기능도 있다. 요즘의 국내외 현실은 이를 더욱 요구한다.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적절한 경쟁을 통한 단련 과정을 이행시키지 않고, 화초처럼 보호하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전쟁터로 내모는 격이니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일본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에 충격을 받아 10여 년간 운용하던 여유 교육을 포기하고 수업 시간 확대, 학력고사 및 숙제 부활, 수준별 학급 편성, 토요일 보충수업, 학교별 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등 경쟁 교육을 강화했다. 미국도 우수 학생 교육을 위한 차터스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아카데미는 낙제 제도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현재 초·중등학교의 절반이 넘는 이런 아카데미를 전체 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매년 전국 고교별 대학 진학 성적 순위를 발표하며, 유급 제도를 운영한다.
그런데 우리만 30여 년 전에 대두되었던 진부한 이유를 내세워 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은, 스스로 국가 발전을 포기하고 쇠퇴의 길로 물러서는 어리석은 발상이다. 특목고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인 조건을 낮추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별 본고사를 부활하고 엘리트 교육을 지원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