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기득권과의 전쟁 시작, 사회적 총파업"]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비정규직과 하도급 근로자 등을 위한 5000여억원 규모 '일자리 연대 기금'을 현대·기아차에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금속노조가 우선 2500억원을 내고 향후 매년 100억원씩 추가 출연할 테니 회사 측도 같은 금액을 내 기금을 적립하자고 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노사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자신이 부담할 2500억원은 현재 회사를 상대로 소송 17건이 진행 중인 통상임금 체불 채권으로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이 통상임금 소송 중 현대차 상대 재판에선 1·2심 모두 노조 측이 패했고, 기아차 상대 소송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았다. 소송을 이길 가능성이 작거나 불투명해서 돈을 받기 힘든데도 기금에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돈을 내겠다니 속임수에 가까운 쇼다.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이런 쇼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자신들은 단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무서운 이기주의에 새삼 놀라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 실업 등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첫째 조건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양보하고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은 중소기업의 두 배 가까운 임금을 받고 철밥통 같은 고용 안정 장치와 중소기업은 상상도 못 할 복리 후생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도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양대 노총은 매년 7~8% 임금 인상 투쟁을 반복하면서 갈수록 기득권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양보하지 않으면 신규 고용이 늘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도 개선되지 못한다. 귀족 노조가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가나 사회가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