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힘
정현천 지음|트로이목마|296쪽|1만4500원
“포용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입니다. 차이를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 때문에 차별하지 않는 것이며, 차이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두되 그 자체에서 무언가가 발현되기를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철저하게 공적(公的)인 분야에서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했다. 병조판서를 지낸 조말생에게 엄청난 비리 사건이 터져 수많은 신하와 유생들로부터 ‘사형’을 내려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지만, 세종은 조말생의 관직을 파하고 2년여의 짧은 유배 생활만을 처벌로 내렸다.
7년 후, 세종은 우리의 북방 국경을 지키고 명나라와 외교적으로도 원만하게 일할 적임자로 조말생을 꼽아 그를 함길도 관찰사로 임명했고, 조말생은 최윤덕 장군과 함께 ‘4군 6진’을 개척하는 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저자는 세종대왕의 포용력은 조건없는 포용이 아니라 공과 사의 구분을 철저히 하고 목적 지향적으로 취한 포용이라고 말한다. 세종의 이야기는 지도자의 ‘포용력과 인사(人事)’에 대해 많은 생각 거리를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1월에 출간된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첫 책이 출간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포용’의 가치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한다. ‘포용의 힘’은 저자가 강조해온 ‘행위로서의 포용력’에 관한 콘셉트와 키워드를 좀 더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구성을 간결하게 해 전작보다 더욱 선명하면서도 치밀한 책으로 재탄생했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저자는 진화생물학, 역사, 정치, 경영, 인류학, 생물학, 심리학 등을 다룬 수많은 책에서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접하면서, ‘포용’이야말로 오래도록 번성하고 살아남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자 수단임을 발견했다.
또 ‘포용을 방해하는 8가지 덫’과 ‘포용력을 기를 수 있는 10가지 가치’ 등 우리의 포용지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고주의, 서열 매기기, 매너리즘, 편견 등의 덫을 피하고, 역지사지, 경청과 관찰, 능동성과 유연성, 자아 확장 등을 실천함으로써 나와 우리 사회의 포용지수를 높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생존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한다.
저자에 의하면 ‘포용’은 결코 한 개인이나 집단의 품성이 아니다. 훨씬 더 확장된 개념, 즉 나와 다른 차이를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을 발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