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한 은행 지점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인의 평소 내성적인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18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모 은행 지점장 김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92년 은행에 입사해 2013년 1월 모 지점의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김씨는 해당 지점의 여신 실적 등이 부진해 회사로부터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주요 거래처로부터 대출금리를 인하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김씨는 지점장 부임 4개월 만에 정신과의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6월 근무 중 회사 밖으로 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이 업무 과정에서 우울증을 얻었으니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김씨의 아내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김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대법원은 “고인은 영업실적 등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로 중증의 우울증을 겪게 됐고 스스로 정신과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음에도 지속되는 업무상 부담으로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증세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내성적인 성격 등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자살 직전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다르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