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압력 밥솥 같아."

서울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던 송정은(22)씨가 구슬 모양 과자를 입에 넣자, 입과 코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뿜어져 나왔다. 지켜보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영하 196도 이하로 보존된 액화 질소를 뻥튀기에 뿌려 먹는 '질소 과자'다.

8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질소 과자를 먹은 후 연기를 내뿜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밸브를 열어 뿌리는 순간, 액체였던 질소가 상온과 만나 하얀 연기로 기화한다. 과자에 스며든 질소 연기가 입안에 넣은 뒤에도 입과 코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송씨는 "입에 넣으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고 바삭하다"며 "말할 때마다 연기가 나와 신기하다"고 했다. 동글동글한 뻥튀기 여러 개를 담은 종이컵 하나에 3000원. 서울 인사동, 부산 해운대, 제주도 동문시장 등 유명 관광지에서 인기 만점 길거리 음식으로 떠올랐다.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흔한 원소, 질소를 활용한 디저트가 사랑받고 있다. 과자나 냉동식품 포장 용기에 주입돼 '과대 포장의 상징'으로 통하던 질소가 식품에 재미와 식감을 더해주면서 새로운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질소 과자 외에 '질소 아이스크림' '질소 커피'도 있다.

질소 아이스크림도 아이스크림 위에 액화 질소를 뿌려 만든다. 액화 질소가 영하 196도 이하의 저온이므로 매우 짧은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얼릴 수 있다. 냉동 속도가 빠르면 얼음 결정이 작아져 아이스크림 식감이 한층 부드럽고 깔끔해진다.

질소 가스를 커피에 주입하는 질소 커피 인기도 뜨겁다. 질소가 액체에 닿을 때 생기는 미세한 거품 덕분에 부드럽고 진한 맥주를 마시는 듯 느껴진다. 2015년 투썸플레이스가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 들어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들이 앞다퉈 내놨다.

'질소 주스'도 등장했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질소를 주입한 우유 거품을 섞어 먹는 딸기 주스를 선보였던 주스솔루션 관계자는 "질소로 인해 생긴 거품이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줘 생과일주스와 잘 어울린다"며 "반응이 좋아 재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요리 재료의 분자 단위까지 고려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분자 요리' 주요 도구도 액화 질소다. 샐러드에 액화 질소를 뿌려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을 더하고, 알코올을 급속 냉각해 셔벗처럼 만들기도 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것만 생각했으나, 이제는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식감을 만들어내는 시대"라며 "맛도 냄새도 없는 질소의 특징을 이용해 재료의 본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식품을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고 인체에도 해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