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67~81)=대형 홀에서 세계 최고수 32명이 머리를 맞대고 열전을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좁은 방에서의 1대1 대결이 실내악이나 현악 4중주라면, 무려 열여섯 판이 한 곳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광경은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 16판 중 가장 진행이 느린 바둑이 이 판이었다. 국내 기사 중 소문난 장고파인 이원영은 국 후 이렇게 말했다. "상대도 장고를 거듭해 주는 바람에 리듬이 척척 맞아 좋던데요."
백 △가 전보 마지막 수. 흑은 68 자리로 바로 막지 못했다. 참고 1도 1이면 11까지는 일단 필연. 이후 백 12, 14의 강력한 절단으로 중앙 흑의 요석이 회돌이 축에 걸려 잡힌다. 67로 물러서면 68부터 73까지는 외길 수순. 흑이 백 2점을 잡고 연결했지만 백도 상변을 타개했다. 게다가 필쟁의 급소인 74를 차지해선 백이 우세를 잡았다. 그러나 나름 몸조심한다고 둔 76이 나약했다. 참고 2도처럼 중앙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할 기회를 놓친 것. 흑이 2로 포위해 와도 이 백은 결코 잡히지 않는다. 77, 79로 두텁게 밀어놓고 81로 어깨를 짚는 수순이 돌아와선 흑도 한숨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