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기정 2차장이 경질됐다. 청와대는 김 차장이 "건강 악화와 시중의 구설(口舌)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안보실 2차장은 외교·통일 분야를 전담하는 핵심 자리이다. 그런데도 11일 만에 김 차장을 경질한 것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어떤 상황인지 보여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진 고용 문제를 담당할 일자리 수석도 내정 단계에서 철회됐다. 총리, 공정거래위원장, 장관 인선에서도 문제가 연발했다.
당장 문제는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준비다. 김 차장 경질과 외교·안보 진용의 이상(異常)으로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북핵·안보 문제에 대한 무(無)경험에다 세금 납부, 위장 전입 등과 관련한 여러 문제까지 제기돼 7일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태다. 문 대통령은 다자(多者) 외교 분야를 맡는 외교부 2차관은 임명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양자(兩者) 관계를 담당하는 1차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임성남 1차관은 유임인지 아니면 교체 대상인지 밝히지 않아 조직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안보실의 정의용 실장과 이상철 1차장은 얼마든지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드 보고 누락 문제를 밖으로 키워 기초적 업무 능력과 정무적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 이런 국가 안보실 조직이 현재 1급 비서관 7명 중 단 한 명도 임명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은 사전에 주요 의제에 대해 대체로 조율을 마치게 된다. 불과 보름 후면 문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앞으로 최소한 4년간 호흡을 맞춰야 할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대면하게 된다. 익히 알려진 대로 비즈니스맨 출신의 트럼프가 예측 불허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많기에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사드 문제로 이미 양국 간 기류는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보실과 외교부가 이런 상태로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에 하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 안보에 부정적 여파가 깊고 길게 이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