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알데하이드, 톨루엔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실내 오염물질을 원천차단하겠다며 정부가 지난해 개정한 ‘실내공기질 관리법’이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관련 법을 강화해 시행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막상 건설·건축자재 업체들의 눈치를 보며 법 집행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개정·시행된 ‘실내공기질 관리법’의 핵심 내용은 ‘건축자재 사전적합 확인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과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건설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제조·수입업자는 자재 납품 전 정부가 지정한 시험기관(전국 15곳)에 오염물질 방출 정도를 검사받아야 한다.
기존 사후표본조사를 사전 검사로 강화해 정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자재만 시장에 유통·공급시키겠다는 의미다. 만약 이를 위반해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초과한 자재를 공급하거나 사용할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제도 시행 5개월이 지난 현재 관련 단속과 과태료 부과 실적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기관의 검사 실적 역시 저조했다. 수도권 지역 시험기관 8곳의 검사 실적을 관리하는 한강유역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이뤄진 건축자재 오염물질 검사는 63건에 불과했다. 이는 9305개에 달하는 수도권 지역 건축자재 도·소매업체수(2014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자료)와 비교하면 0.006% 수준이다. 심지어 63건은 자진해서 검사를 의뢰한 업체 자재에 대한 검사결과임에도 8곳(12.6%)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자료는 환경부로 보고도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사전적합확인제도에서 관리하는 오염물질은 폼알데하이드와 톨루엔을 포함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2가지로, 모두 발암물질이다. 페인트나 접착제 같은 건축자재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들 물질은 대기 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고, 피부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두통과 현기증,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실제 실내 오염물질의 위험성은 미세먼지 같은 실외 오염물질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오염물질은 폐에 도달할 확률이 실외 물질보다 약 1000배 이상 높다. 또 실내 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연간 사람 수는 약 430만명으로 실외 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 수(370만명)보다 60만명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제도가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에는 지하철 역사나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은 물론 어린이집과 노인요양시설, 산후조리원 등 호흡기면역체계가 약한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시행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제) 지방청을 통해 관리점검을 하려고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시험기관이나 자재(관련 기준) 등 이런 것들을 정비하는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법령 확인 결과, 어디에도 ‘계도기간’은 명시되지 않았다. 또 환경부가 시행 당시 뿌린 홍보자료에는 법 시행일 이후 제조·수입되는 건축자재의 경우 유예기간 없이 즉시 법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지적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계도기간을 원래 운영하려고 했었는데, 법 개정 단계에서 놓쳐서 누락된 것”이라고 답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규제를 강화하면 대상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실내 오염물질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고, 법이 시행된 이상 시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들어놓은 제도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벌 규정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위반 시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규정이 지난해 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개정돼 올해 12월 28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