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가 발행하는 영문 문예지 '아젤리아(AZALEA:진달래)'가 최근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국제교류진흥회(이사장 민영빈)가 기금을 내 해마다 한 차례 1000부씩 나오고 있다. 한국 고전 문학과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을 집중 소개해왔다. 한국학 강좌가 개설된 미국 10여개 대학에서 정기 구독을 신청해 교재로 쓰이고 있다.
창간호부터 편집장을 맡아온 이영준(59)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거둔 최대 성과는 '홍길동전' 영역판이 펭귄 클래식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수 미국 미주리주립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교수가 2013년 '아젤리아'에 '홍길동전'을 새로 영역한 'The Story of Hong Gildong'을 발표하자 펭귄출판사가 주목하고 지난해 '펭귄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한 것. 1000여권이 넘는 펭귄 클래식엔 중국 '홍루몽'과 일본 '겐지 이야기'가 이미 들어가 있지만 한국 고전 소설은 지난해 처음 포함됐고, 영어권 주요 언론이 서평을 실었다.
이 교수는 "미국 '서평계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더다가 워싱턴포스트에 '홍길동전' 서평을 써서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서평은 '홍길동전'을 가리켜 '로빈 후드의 한국판'이라며 '절반은 설화이고, 절반은 사회 비판 소설인 '홍길동전'은 현대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다"고 풀이했다. "멸시당하고 무시되고 저평가된 서자(庶子)가 진정한 인간이고 지도자이고 통치자임을 증명하는 소설의 주제가 다름 아닌 현대 한국 그 자체의 이야기"라고도 평했다.
이 교수는 "이 잡지는 종이책으론 1000부 찍지만 전자책은 학술 전문 사이트에서 매 호 3000건 다운로드를 기록한다"며 "웬만한 한국학 자료가 1000건도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아젤리아'는 엄청나게 많이 읽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전 문학은 기본적으로 소개해야 할 대상이지만, 미국 대학생들의 감수성을 감안해 일부러 동시대 한국 소설을 집중 소개해왔다"고 말했다. 2007~2008년 소설가 김영하와 신경숙을 집중 조명해 잇달아 영역되는 발판을 제공했다. 2010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일부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나온 창간 10주년 호는 고전 소설 '인현왕후전' 완역과 함께 젊은 작가 김사과 특집으로 꾸몄다.
이영준 교수는 "'인현왕후전'도 펭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선 뛰어난 외국인 번역가에게 연봉 1억원 정도는 줘서 안정된 생활 속에 질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