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로 중국을 방문 중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조속히 정상회담을 하기를 희망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전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중 FTA 체결 협상을 진행하자는 뜻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현지 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난 이 특사는 "당선 이후 축전에 이어 직접 축하 전화까지 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와 함께 친서를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며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초 위에 정치적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갈등을 잘 처리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한국 새 정부와 소통을 강화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추진하고 하루속히 대화·협상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 "한국 측이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역사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 특사는 전했다.
이 특사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7월 초와 한·중 수교 25주년인 8월 24일 양국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이 제안 및 서비스 분야 FTA 체결 협상 제안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방중에 대해 이 특사는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간 대화 채널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는 "앞으로 사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시 주석도 실무 논의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 때 자리 배치를 두고 의전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 주석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 일행은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모양새였다. 이는 한국의 지난 정권 중국 특사 때 의전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박근혜 특사와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김무성 특사는 각각 후진타오 주석, 시 주석과 작은 원탁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북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2013년 방중한 최룡해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 2016년 방중한 리수용 외상도 시 주석 면담 때 나란히 앉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대통령 특사 면담 때 이런 자리 배치는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특사단의 자리 배치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를 접견할 때와 같다. 자리 배치로만 본다면 한국 대통령을 대리해 간 이 특사가 중국의 영토인 홍콩 행정 수반급 대우를 받은 셈이다.
특사단은 앞서 이날 오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도 면담을 하고 사드와 북핵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양 국무위원은 "한국 측이 중국의 중대 이익과 우려를 존중해 사드 문제를 잘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왕이 외교부장에 이어 또 한 번 특사단을 압박한 것이다. 이 특사는 이에 대해 "사드 문제가 중국의 안보 이해가 걸린 문제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진지하게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반면 특사단은 양 국무위원에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조속히 해제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양 국무위원은 "한국 측의 관심사항을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특사단 소속 심재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