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는 드라이버, 프로는 퍼팅에서 승부가 갈린다."
15일 막을 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시우(21)는 그동안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하는 이 말을 가장 실감했을지 모른다. 마음먹고 치면 드라이버샷이 300야드를 훌쩍 넘기고, 아이언샷도 정상급인데 늘 퍼팅이 발목을 잡았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전까지 김시우의 세계 랭킹은 75위였지만 라운드당 퍼트는 29.23개로 125위에 머물러 있었다.
김시우가 찾아낸 해법은 '집게 그립'이었다. 집게 그립은 악수하듯 양손으로 퍼터를 잡은 일반적인 그립과 다르다. 왼손은 일반적인 그립과 마찬가지이지만, 오른손은 엄지와 검지를 퍼터 샤프트에 살며시 끼우는 방식이다.
김시우가 집게 그립을 사용하게 된 건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집게 그립을 본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시우는 "아버지가 '잘하는 선수가 하는 거라면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했던 게 계기가 됐다"며 "(4월 중순부터) 1주 정도 연습하고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텍사스오픈에서 처음으로 실전 적용을 했다"고 말했다. 집게 그립으로 바꾼 김시우는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선 3m 이내 거리의 퍼트 15개를 모두 성공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정상급 퍼팅 능력'을 갖게 된 셈이다.
마스터스와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가 모두 집게 그립을 사용하면서 골프계에선 "집게 그립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르시아와 필 미컬슨(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집게 그립 마니아'가 됐고, 지난해부터 롱퍼터 사용이 금지되면서 애덤 스콧(호주)을 비롯한 롱퍼터 사용자들이 대거 집게 그립으로 전향했다. 유럽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시우의 동갑내기 왕정훈도 작년에 집게 그립으로 갈아탔고, 퍼팅으로 골머리를 앓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셸 위(미국)도 올해 2월 "집게 그립으로 바꿨다"고 선언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일반적인 그립에선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 왼손목이 꺾이며 공이 똑바로 나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집게 그립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퍼터와 일직선이 되는 왼손으로 퍼팅해 공이 똑바로 간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가르시아는 "오른손은 별 역할을 하지 않는다. 왼손이 동작을 모두 제어하게 돼 스트로크가 훨씬 매끄럽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럽투어 신인왕 왕정훈은 "집게 그립으로 바꾸고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김시우 역시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집게 그립이) 견고하고 편하다"며 "긴장될 때 특히 효과 만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주말 골퍼들로선 집게 그립이 퍼팅 고민을 해결해 줄 '특효약'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마추어의 경우 집게 그립을 한다고 갑자기 퍼팅이 좋아지는 기적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게 그립은 오른손잡이의 경우 주로 쓰는 오른손을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므로 거리감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연습이 없으면 퍼트 거리가 짧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임경빈 임경빈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퍼트에는 왕도가 없다"며 "집게 그립이 방향성은 개선해 줄 수 있지만 어떤 그립이든 연습이 충분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프로 선수는 롱퍼팅의 경우 일반적인 그립을 쓰고, 짧은 거리에선 집게 그립을 쓰는 혼합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