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일정과 동선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미국 백악관처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에 따라 취임 첫째 날이었던 지난 10일 군 통수권을 최초로 행사한 일정부터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국회의장 환담, 청와대 도착 등의 일정을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공개했다. 이어 이틀째인 이날도 수석비서관들과의 오찬과 차담회 등의 일정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해 국민과 소통하고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출근하던 길에 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동선을 이렇게 계속 공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호상의 허점이 노출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통령 일정을 계속 공개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최소화하고 최대한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방침은 여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싶다면 사후에 알려도 충분하다. 굳이 사전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홍은동 사저를 나와 청와대로 출근했다. 집을 나선 문 대통령은 곧바로 차에 탔지만, 빌라 단지 입구 부근에 주민·지지자 20여 명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차에서 내렸다. 주민·지지자들은 환호하며 문 대통령에게 몰려들었고, 문 대통령은 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저 때문에)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시민들의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하면서 "오, 잘 찍으시네요"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주영훈 경호실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도 악수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로 출근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인가"라고 묻자 "허허"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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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거행한 취임 선서식 때도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이때도 경호원들은 지난 정부 때와 같이 막아서지 않았다. 이는 문 대통령이 경호실에 지시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전남지사 퇴임 기자회견에서 "어제 대통령이 총리, 국정원장, 비서실장, 경호실장 지명을 끝내고 차담을 하면서 각자에게 특별한 당부를 했는데, 경호실장에게는 '경호 좀 약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점심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청와대 본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은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비서관 등과 나란히 앉아 '겸상'한 건 지난 정부 때는 보기 힘들었던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은 식사를 마친 뒤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이때도 문 대통령 일행은 식사 때와 마찬가지로 겉옷을 벗은 와이셔츠 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