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1일 비서실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책실장(장관급)을 신설하고 외교안보수석을 안보실로 일원화했다. 다른 수석 자리는 이름을 바꾸거나 기능을 일부 재편하는 데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흡사한 구조다. 문 대통령은 선거 때 총리책임제와 장관책임제로 내각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낮은 청와대"라는 언급을 직접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대한 청와대 조직이 그대로다. 오히려 인원이 비서실·정책실·안보실을 합쳐 장관급 1명을 포함해 더 늘었다. '낮고 효율적인 청와대'는 선거용 구호였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작은 청와대 구상에 따라 각 부처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각 수석실이 개별 부처 위에 1대 1로 군림하지 않고 정책별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부처가 다 있는데 지금의 방대한 청와대 조직이 왜 더 필요한가.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위주로 운영하고 다른 국정은 대통령이 장관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 아니었나.

조직은 스스로 권한을 만들고 일을 키운다. 청와대 조직을 이대로 두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 부처를 장악하는 구태가 되풀이된다. 청와대 비서실이 다시 권부(權府)가 된다는 뜻이다. 분권이나 협치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작고 낮은 청와대'가 선행돼야만 한다. 이제 정말 권력 풍토가 달라지는가 했던 기대가 이렇게 빨리 실망으로 바뀌어선 안 된다.